'연모' 강제로 왕이 되어야했던 남장여인의 자아찾기
[이준목 기자]
▲ KBS 2TV <연모>의 한 장면 |
ⓒ KBS |
KBS 2TV 드라마 <연모>가 '남장 여인' 이휘(박은빈)의 왕위 등극과 정지운(로운)과의 비밀스러운 로맨스로 2막에 접어들었다. 지난 22, 23일 방송된 <연모> 13, 14회에서는 선왕 혜종(이필모)의 승하로 다시 궁에 복귀하여 왕위를 물려받게 된 이휘와 그녀의 곁을 지키려는 정지운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정지운은 이휘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한다. 아버지 혜종은 이휘가 딸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녀를 지키기 위하여 세자에서 폐위하고 궁궐을 떠나 자신의 삶을 찾게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권신 한기재(윤제문)의 음모로 독살 당한다.
한기재는 정적이었던 또다른 외척인 중전과 제현대군, 창천군에게 왕을 시해한 혐의를 뒤집어씌우며 역적으로 몰았고, 이휘에게 왕위에 오를 것을 강요한다. 결국 이휘는 한기재에게 이복동생인 제현대군을 비롯하여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왕위에 오를 것을 승낙한다.
이휘는 한기재의 측근인 병조판서 노학수의 딸인 말괄량이 노하경(정채연)을 중전으로 맞이하고 왕위에 오른다. 정지운은 이휘를 지키기 위하여 승정원 주서(비서실)의 관직을 얻어 궁으로 돌아온다. 정지운은 여자라는 정체를 숨겨야하는 이휘를 위하여 몰래 그녀와 독대하여 어깨 부상을 치료해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다.
외조부 한기재는 조정을 장악하고 이휘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전횡을 일삼았다. 심지어 반대 세력을 유배 보내거나 왕실 업무에 관리를 파견하는 등 중요한 사안들이 국왕인 이휘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기재의 손에서 처리되고 있었다. 한기재는 "골치 아픈 일은 제게 맡기고 전하께선 후사를 잇는 일에만 몰두하라"고 요구하고, 이휘는 분노를 감추며 한기재의 말에 따른다.
설상가상 이휘는 노하경과의 합방 날짜를 전달받고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중궁전을 찾은 이휘는 설레어하는 노하경에게 사과하며 합방을 거부한다. 이휘는 두 개의 이불을 준비하여 "오늘 우리는 부부의 정을 나눈 것이다. 앞으로도 합방일에는 지금처럼 두 개의 요가 준비될 거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질 것이니 중전께서도 그리 알아달라"고 전한다. 노하경은 이휘에게 이러는 이유를 묻지만 이휘는 침묵한다. 결국 이휘와 한방에서 떨어져 자게 된 노하경은 등을 돌리고 눈물을 흘린다.
다음날 중전에게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며 걱정하는 김상궁에게, 이휘는 "나를 대하는 중전의 마음은 진심이다. 그 사람은 진심으로 대하는데 나는 거짓으로 대할 수 없었다"고 속내를 밝히며 착잡해한다.
한편 이휘는 몰래 한기재를 무너뜨리기 위하여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휘는 선왕의 내금위장이었던 윤형설(김재철)에게 몰래 지시하여 한기재가 사병 육성과 선왕 독살에 관여한 증거를 찾아내고 있었던 것. 정지운은 이휘가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한기재의 음모와 비리를 적발할 수 있는 조운선 일지를 전달하는 등 배후에서 몰래 이휘를 돕는다.
▲ KBS 2TV <연모>의 한 장면 |
ⓒ KBS |
한편 새로운 내금위장이 된 정지운의 아버지 정석조(배수빈)는 이휘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탐문에 나선다. 정석조는 우연히 이휘의 뒷목에서 수상한 침 자국을 발견하고, 어의로부터 잠시 숨을 멈추게 하는 침술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정석조는 과거 갓 태어난 쌍생 여아의 숨을 확인했던 그 순간부터, 어린 시절 아들이 좋아했던 소녀 담이를 자신이 화살로 쏴 죽였던(실제로는 쌍둥이 오빠인 세손)을 회상하며 이휘의 정체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정지운은 이휘가 늘 밤산책을 하던 어두운 길에 등을 달다가 이휘와 마주친다. 정지운은 등을 설치한 이유에 대하여 "넘어져서 다치면 안 되지 않나. 전하께선 늘 안전하지 않은 길을 택하시니, 조금이라도 밝혀드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휘는 어깨의 상처가 다 나았다면서도 "정지운이 원한다면 더 머물러도 좋다. 조금 더 함께 있고 싶다"며 정지운을 향한 마음을 드러낸다.
감격하여 이휘를 끌어안은 지운은 "그 말을 기다렸다. 언제까지나"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낸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휘와 정지운은 입을 맞춘다. 그때 정석조가 두 사람의 모습을 목격하고, 과거 자신이 죽인 담이의 기억을 떠올리며 충격에 휩싸인 모습으로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연모>는 남장여인 역할을 맡은 박은빈의 섬세한 연기력, 이휘-정지운의 비밀스러운 로맨스가 회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하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14회는 시청률 9.6%(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을 나타냈다. 13회의 10%보다 소폭하락했지만 여전히 월화드라마 시청률 부동의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연모>에서 주인공들의 상황이 더 애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단순히 남녀간의 연애나 신분의 금기를 다룬 로맨스물을 넘어서 기성 질서에 억압받는 젊은 청춘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휘는 쌍둥이고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런 잘못도 없이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겪어야했고, 심지어 자신의 성별마저 속이고 남자로서 살아야했다. 정지운은 선량한 인물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출세욕에 눈먼 아버지의 죄악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죄책감에 시달려야했고 세상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이밖에 이현, 김가온(최병한), 신소은(배윤경), 노하경 등도 모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합리한 세상으로부터 희생을 강요받는 청춘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결국 이들 모두 모두 '기성세대가 만든 세계관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공통적인 연결고리를 지닌다.
왕권과 신권, 외척과 외척의 다툼, 냉혹한 권력투쟁 등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편의대로 형성해놓은 판 위에서 젊은 세대는 그저 장기판의 말처럼 수동적으로 이리저리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휘의 세자시절을 중심으로 서로가 자신의 진심과 비밀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전반부의 이야기가 다소 느리고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휘의 왕위 등극과 정지운과의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된 2막은, 고리타분한 기성세대에 대하여 각성한 청춘들의 반격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인다. 한기재와 정석조로 대표되는 빌런들에 대한 응징을 넘어, 극 중 이휘의 대사인 '나다운 삶'으로 요약되는 인물들의 진정한 자아찾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을지가 후반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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