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진짜 좋아 죽네, 죽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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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그러다 조금은 쑥스러운 시선이 닿는 어느 한 사람 이외의 모든 세계가 소멸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화장실에서 서로를 쓰다듬으며 한참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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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지난해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이지은 출판편집자의 에세이다. 남편이 남긴 6661매의 생의 기록과 그가 떠난 후 100일 동안 매일 같은 시간 글을 쓴 저자의 애도 일기가 담겼다. 저자는 이 글을 탐독하면서 생전에 남편이 좋아하던 노래를 듣거나 감응하던 영화를 보며 그의 생각과 그의 꿈을 되돌아본다. 친구, 연인, 반려인으로 함께한 6년여의 시간들, 뇌종양으로 눈 감기까지 6개월의 시간들을 가감 없이 꺼내놓는다.
훌륭한 시간이었다. 자랑하고 싶을 만큼. 손과 손이 포개진 순간, 몸짓과 소리와 촉감이 몸을 섞어 공기 중으로 달게 녹아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설탕기 어린 공기가 살갑게 기도를 스쳤다. 그러다 조금은 쑥스러운 시선이 닿는 어느 한 사람 이외의 모든 세계가 소멸하기도 했다.
[지은] 당신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진짜 좋아 죽네, 죽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매번 세상을 시니컬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글 아니면 남을 웃기기 위한 각종 드립으로 난무하던 당신의 페이스북이 연애 이후 옅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무엇을 써도 꿀 바른 글이어서 내 친구들 사이에서 당신은 ‘환희버터칩’이라고 불리었다. 한 친구는 “너 혹시라도 나중에 헤어지면 환희 씨 나한테 넘겨”라며 부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에 당신 친구들은 180도 변한 당신 모습에 재미있어 하며 ‘뭐 잘못 먹었냐’고 놀렸다.
[지은]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우는 당신을 보고 너무 놀라서 “아, 어떡해.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하며 함께 주저앉아 울어 버렸다. 당신은 너무 아파서 옆구리를 제대로 펴고 앉지도 못하고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우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아 나 안 아파, 괜찮아”를 반복했다. 그렇게 우리는 화장실에서 서로를 쓰다듬으며 한참 울었다.
(이환희·이지은 지음/후마니타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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