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과학자들 "100배 더 정확한 국제표준시 재정의 우리 손으로"

김봉수 2021. 11.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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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연구기관, 시공간 융복합 연구 협력 양해각서 체결
세슘원자시계. 자료사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 과학자들이 기존보다 100대 더 정확한 국제 표준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국토지리정보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5개 국책 연구기관은 24일 오후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천문연 본원에서 ‘시공간(視空間, Space-Time) 융복합 연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은 ▲각 기관이 보유한 주요 연구장비의 공동활용 ▲시공간 극한 정밀도 측정 연구 ▲연구데이터 생산, 전송, 분석, 활용 및 국제공동연구 ▲기타 공동 관심분야의 융복합 협력분야를 발굴ㆍ추진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협력을 통해 국제표준시인 세계협정시(UTC) 결정과 ‘초(初, Second)’의 재정의(再定義)에 큰 기여를 한다는 계획이다. 세계협정시는 전 세계 450여 개 원자시계의 시각정보를 조합해 만든 국제 표준시다. 현재 국제단위계(SI) 가운데 전류(A), 온도(K), 질량(kg), 물질량(mol)은 2019년 재정의가 이루어진 반면, 가장 높은 정확도를 지니고 있는 시간 단위인 ‘초’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1967년 정의된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재정의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간 측정 단위인 ‘초’는 전 세계 80여 개 기관이 보유한 수백 대의 상용 원자시계와 세슘원자시계로부터 생성되는 세슘원자(Cesium)의 고유 주파수 측정 결과를 인공위성을 이용해 상호 비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 기존의 세슘원자시계보다 약 100배 정확한 광시계가 개발됨에 따라 ‘초’ 재정의 관련 연구는 전 세계 과학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세슘원자시계:는 세슘원자가 갖는 고유 주파수(초당 약 91억 번 진동)을 측정해 ‘초’를 결정하지만, 광시계는 기존 세슘원자시계의 정확도(소수점 16자리까지 측정)보다 100배(소수점 18자리까지 측정 가능) 정밀하게 ‘초’를 결정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시계다.

‘초’ 재정의를 위해서는 세계 각 기관에서 개발한 광시계 주파수간 비교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광대역 VLBI를 활용해 정밀한 시각 비교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의 VLBI기술은 약 5000만 광년 떨어진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시공간 정밀도를 자랑하지만, 측정결과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대륙간에 떨어져 있는 광시계 시각 정보를 광대역 VLBI를 활용해 상호 비교하기 위해서는 광시계 신호로부터 잡음 없는 고주파 신호 생성 기술이 필요하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높은 안정도로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전송망 인프라 역시 필수적이다.

이들 5개 연구기관들은 융합연구 협력을 통해 국제표준시 재정의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망(KREONET)을 기반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이터븀(Ytterbium) 광시계, 한국과학기술원 광주파수빗(optical frequency comb) 기술, 한국천문연구원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국토지리정보원 우주측지관측센터 전파망원경이 결합된 VLBI를 활용해 세계 최초 시공간 측정 정밀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융합연구를 수행한다.

이들은 앞서 2020년 4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선행융합연구사업 ‘광대역 VLBI 기반 시공간 측정 정밀도 한계 극복을 위한 선행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오는 12월 이탈리아의 국립도량형연구소(INRiM), 국립천체물리연구소(INAF)와 함께 VLBI를 활용한 대륙간 시각비교 실증 관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천문연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도로 세계적인 수준의 대륙간 광시계 시각비교 기술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초정밀 시공간 정보 전송 및 동기화를 통한 초연결 시대 선도 및 새로운 과학연구 성과 창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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