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푸는 미국..한국보다 기름값 비싼 동네까지 등장
미 백악관이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결정을 내릴 만큼 기름값이 치솟는 가운데, 미국 일부 지역에선 휘발유 평균가격이 한국보다 높은 곳까지 등장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60% 이상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2일 지역별로 보통 무연휘발유 평균가격이 가장 높은 곳을 따져봤더니, 1등은 캘리포니아의 모노 카운티로 갤런당 5.66달러였다.
23일 기준 환율(달러당 1189원)을 적용하면 우리 돈으로 리터당 약 1761.5원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 상에서 한국의 보통 휘발유 평균가는 1687원이었다.
품질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선 한국보다 더 비싸게 기름을 팔고 있는 셈이다.
물론 미국 전역으로 보면 보통 휘발유 평균가는 아직 갤런당 3.4달러 수준이다. 모노 카운티의 휘발윳값이 더 비싼 것은 캘리포니아주가 다른 주에 비해 가장 높은 갤런당 67센트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근 네바다주에 있는 스키 리조트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한국은 전체 기름값에서 유류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이다. 또 교통수단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큰 미국에선 정책적으로 기름값을 낮게 유지해 왔다.
한때 한국의 휘발윳값이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비쌌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미국 내 고유가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백악관은 23일 기름값을 잡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5000만 배럴 비축유의 방출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기름 유통과정에서의 문제점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주 사이 휘발유 도매가격이 10% 가까이 내렸는데 주유소 판매가는 전혀 내리지 않았다"며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유통사들의) 불법적인 반시장 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WSJ는 외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FTC가 그런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전반적인 상품의 가격이 올라 있는 상황에서 주유소·유통사들의 잘못만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거란 이야기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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