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토해내라" 날벼락..23년차 군필 교사에게 무슨 일
대학 재학 중 군대를 다녀온 교사의 호봉을 깎고 급여를 환수하는 조치가 확산하고 있다. 이미 서울, 경기 등에서는 지급한 급여를 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 당국은 학력과 군 복무 기간이 모두 호봉으로 인정되고 있어 중복되는 기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교사들은 군 복무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반발한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군필 교사의 호봉을 재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학 2학기 종료일(2월 28일) 전인 1월에 군대에 간 교사의 경우 군 복무와 재학 기간이 겹치는 두 달을 호봉에서 깎는다. 현재는 재학 중 군대에 간 기간도 호봉으로 인정하고 있다.
호봉 삭감과 함께 이미 지급한 급여를 환수하는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2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경남 일부 지역에서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수가 이뤄졌다.
방학 때 군대 간 교사 "500만원 토해내야"
문제는 학기 중에 군대에 간 교사다. 일반적으로 대학 학기는 2월, 9월에 마치지만 기말고사는 이보다 두 달쯤 전에 치른다. 교육부는 이 기간은 군 복무 기간으로 호봉에 반영하기 때문에 학력 인정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연봉 환수 규모는 연차가 높은 교사일수록 많아진다. 23년 차 초등교사인 박 모 씨는 "호봉이 석 달가량 깎여 대략 500만원 정도 토해내야 한다"며 "기말고사 마치고 군대에 갔다는 이유로 연봉을 환수한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같은 연차의 교사 사이에서도 입대 시기에 따라 호봉이 달라질 수 있다. 박 씨는 "대학 졸업 이후나 방학이 끝나고 입대한 교사는 호봉이 그대로"라며 "똑같이 군 복무를 하고도 입대 시기 때문에 호봉이 달라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뒤늦게 "호봉 중복 산정, 고쳐라"
홍기석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은 "지난해 교사 호봉 산정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서 검토한 뒤 교육청에 재조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미 1992년부터 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아직도 조정이 안 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군복무, 재학 기간 중복 인정 가능할까
교육부가 재조정을 지시한 지 1년 넘게 지났지만, 아직 연봉을 환수한 교육청은 많지 않다. 교사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나라에서 오라고 할 때 입대 했을 뿐인데 입대 시기로 불이익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군 복무와 재학 기간을 함께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지만, 교육부는 난색을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두 경력을 모두 인정하는 건 '평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국민권익위 판단이 있었다"며 "공무원보수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인사혁신처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호봉 재조정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교원소청이 여러건 제기됐다. 행정 소송 등 법정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군 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호봉 삭감이 이뤄지면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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