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우 칼럼] 스윙보터 청년세대 선택에 달렸다

이흥우 2021. 11. 2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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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부동산 문제 불거지면서 ‘2030=리버럴·진보’ 등식에
20대 남성 중심의 균열 생겨
20대 대선, 지역갈등·세대갈등 요소에 더해
최초로 젠더갈등 전면화한 선거 될 가능성 농후

여야의 청년 구애 경쟁이 뜨겁다. 정치권이 2030 청년세대에 이렇게 관심을 가진 때가, 또 청년세대가 정치권으로부터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나 싶다.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청년주는 연일 상한가 행진 중이다. 이들의 결정이 곧 내년 3월 9일의 승자를 결정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대개 청년세대의 정치적 성향은 리버럴이거나 진보적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의 표시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다 구체제의 모순이 극에 달하면 체제 변혁을 꿈꾸는 혁명적 성격을 보이기도 한다. 4·19세대, 6·3세대, 1980년대 전후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586세대 그리고 유럽의 68세대들이다. 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사건에는 늘 청년들이 있었고, 선두에 섰다.

김대중정부 이전까지 대선의 최대 변수는 지역갈등 요소였다. 노무현 이회창이 맞붙은 2002년 대선은 지역갈등 요소에 더해 세대갈등이 전면화된 첫 선거였다. 2030은 노무현을, 5060은 이회창을 지지했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40대를 포함해 2040세대 지지가 없었다면 마이너리티 노무현의 반전 드라마는 실현되지 못했다. 현 문재인정부를 떠받치는 핵심 지지층이 40대인데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20년 전 20대들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에서 2030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출구조사에서 20대 47.6%, 30대의 56.9%가 문 대통령에게 몰표를 준 반면 홍준표 후보에겐 8.2%, 8.6%만 줬다. 2002년 대선에 이어 ‘2030=리버럴·진보’ 등식이 또다시 확인된 셈이다. 이 등식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리버럴·진보진영은 줄기차게 선거권 연령 하향조정을 추진했고 그때마다 보수진영은 학원을 정치화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한데 공수가 바뀌었다. 그토록 선거권 연령 하향에 반대하던 정당의 대통령후보가 국회의원 피선거권을 선거권 연령과 동일하게 18세로 낮추고, 30대 대통령도 나올 수 있게 하겠단다.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정치환경이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청년세대는 문재인정부 출범에 기여했으나 조국 사태와 부동산값 폭등을 거치면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다. 그 기저엔 문재인정부에 대한 배신감, 실망감이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2030=리버럴·진보’ 등식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 틈을 국민의힘은 재빠르게 파고 들었다. 정확히는 이준석 대표다. 그는 누구도 선뜻 하기 꺼렸던 청년의 고민에 대답하고 청년을 대변했다. 이제 그 일을 평의원 홍준표가 함께하고 있다. 확실히 청년이슈는 국민의힘이 선점했다. 4년 전 홍준표와 지금의 홍준표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새 그의 정치관이나 정치철학이 바뀐 것도 아니다. 그는 여전히 강경보수의 아이콘이며 꼰대 이미지가 강하다. 불과 4년 전 2030세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그가 어떻게 청년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는지 기존의 정치상식으론 설명하기 어렵다.

홍준표·이준석 현상의 원천은 20대 남성의 호응에 기인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 군복무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젠더 이슈를 부각시켜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기 한 덕을 봤다. 우리도 약자인데 정부·여당은 유달리 여성을 더 챙긴다는 게 20대 남성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20대 남성의 응축된 반페미니즘적 불만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표출됐다.

출구조사 결과 40대, 50대, 60대 이상의 경우 성별에 관계없이 동조화 현상이 일어났으나 20대, 30대는 그렇지 않았다. 20대의 경우 남자의 72.5%가 오세훈을 찍었으나 여성에서는 오히려 박영선 득표율(44.0%)이 오세훈(40.9%)보다 높았다. 제3후보를 가장 많이 선택한 세대(15.1%)도 20대 여성이었다. 반면 20대 남성의 제3 후보 지지율은 5.2%였다. 20대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표심의 상당수가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리버럴 후보 지지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20대 대선은 지역갈등, 세대갈등 요소에 더해 젠더갈등이 노골화·첨예화하는 첫 대통령선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선택의 근거를 친여성이냐, 아니냐에 둔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선거구도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40대는 여당, 60대 이상은 야당 지지세가 뚜렷하다. 2030 청년세대가 20대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말이다. 그 중요한 결정을 성(性)적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땅을 치고 후회하는 날이 온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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