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높아진 국가 위상 활용법

전웅빈 2021. 11. 2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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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노규덕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이석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난 9월 23일 문재인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이후 주요 인사들의 방미 순서다.

그러나 최근 한 달간 미국 인사들 입에서 "지속 협력"(성 김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다소 다른 관점"(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계속 협의"(셔먼 부장관) 등 조금씩이나마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이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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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노규덕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이석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난 9월 23일 문재인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이후 주요 인사들의 방미 순서다. 이름만 들어도 대번 ‘종전선언’과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좀 더 세밀히 분석하면 한국 인사들의 가을 방미는 종전선언에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방미 인사들이 미국 정·재계 관계자를 만난 뒤 전한 이야기 중 빠지지 않는 건 ‘높아진 한국 위상’이다. “한국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을 너나없이 한다. 일본 몽니로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돼 김빠진 모양새가 됐지만 지난 17일(현지시간)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한·미·일 3국 논의 범위가 다양한 분야로 넓어진 데 대해 여러 차례 놀라움을 표했다고 한다. 최 차관은 “그만큼 우리 어깨가 높아졌고, 지위와 역량이 상승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 내부 사정도 한몫했다. 팬데믹이 드러낸 미국의 약점 보완에 가장 적합한 능력을 지닌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원천기술이 많지만 이를 대규모 생산·조달하는 능력이 뒤처져 있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래서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는데 핵심 4개 분야 중 희토류를 제외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산업에서 한국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동맹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인사는 “미국에 있어 한국은 그냥 무시하기 어려운 귀한 동맹이 됐다”고 평가했다. 부탁을 무작정 비토하거나 못 들은 척 딴말만 하기는 어려운 위치에 올랐다는 게 이 인사의 표현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뒷전으로 밀렸던 북한 이슈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계기로 종종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직후에도 미국에선 한동안 ‘종전선언’ 단어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녹음기를 튼 듯 ‘조건 없는 대화’만 반복해 왔다. 지난달 19일 “변호사들이 대거 투입돼 종전선언 문안이 미칠 법률적 파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속사정이 공개된 것도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 입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한 달간 미국 인사들 입에서 “지속 협력”(성 김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다소 다른 관점”(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계속 협의”(셔먼 부장관) 등 조금씩이나마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이 표현되고 있다. 물론 설리번 보좌관과 셔먼 부장관 발언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국 정부 인사와 협의 후 나온 미국 공식 자료에 종전선언 표현이 들어간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신중한 입장을 지속한 것일 수도,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는 사안이어서 속내 표현을 자제한 것일 수도 있다. 한 싱크탱크 인사는 “끈질기게 던진 구애에 리액션을 보이며 성의 표시를 하는 것 같은 인상”이라고 평했다. 그래도 종전선언 문안 협의는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높아진 위상과 외교력을 동원해 이룬 성과라면 성과다.

그사이 한국에선 요소수 대란이 터졌다. 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공장을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이 미국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공급망 대란과 미·중 갈등의 압박에 불똥이 튈까 염려하는 기업들은 살얼음 위를 걷는 심경이라고 한다. 높아진 위상과 외교력을 이런 곳에 좀 더 배분해도 좋겠다.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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