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회 없이 떠난 전두환.. 역사의 심판이 남았다

2021. 11. 2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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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면서 추징금을 회피하고, "시대적 상황이 나를 역사의 전면에 끌어냈다"며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광주 학살 증언자를 "새빨간 거짓말쟁이"라고 모욕하는 등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로 일관했다.

한국 현대사를 굴곡지게 했던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한 달 사이에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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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끝내 사죄와 반성은 없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정치군인,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자, 민간인을 학살한 범죄자, 권력을 이용해 수천억원을 챙긴 부정축재범이라는 오명만을 남겼다. 내란의 공모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가족을 통해서나마 용서를 구했던 것과 달리 그는 마지막까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재판을 받으며 수많은 무고한 죽음의 책임을 부인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면서 추징금을 회피하고, “시대적 상황이 나를 역사의 전면에 끌어냈다”며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광주 학살 증언자를 “새빨간 거짓말쟁이”라고 모욕하는 등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로 일관했다. 이제 그는 역사라는 심판대에 서게 됐다. 말년에 보였던 비루한 모습까지 더해지면 그 심판은 더 냉엄할 듯하다.

사망 직후 그의 측근은 기자들과 만나 “33년 전 백담사 갈 때와 청문회 증언 때 사과를 했다. 그 이상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 이상으로 참회해야 할 이유는 넘치도록 많다. 전두환 정권은 무력을 앞세워 국민을 학살하며 등장했다. 민주화의 고통스러운 터널을 연장해 한국 사회 발전을 가로막았다. 정의사회 구현 등 번지르르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정치 활동에 대한 탄압이었고, 기업인을 겁박해 ‘통치자금’을 뜯어내는 것이었다. 언론을 통폐합하고, 학원을 사찰하고, 감시와 고문을 자행하면서 국민의 자유를 억눌렀다.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판결문에는 “국민에게 막강한 권력 앞에선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과 좌절감을 갖게 했다”고 적시돼 있다. 그 좌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인은 너무나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인권을 유린당하고 생명을 잃어가면서 저항과 항쟁의 지난한 과정을 겪게 만든 책임으로부터 그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 현대사를 굴곡지게 했던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한 달 사이에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그들과 맞섰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미 고인이 됐다. 군사정권이나 3김 시대 같은 용어는 이제 역사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어휘로 남겨졌다. 고통스러웠던 한 시대가 마침내 저물었지만, 그 시대가 주는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것은 당연하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었다. 사회에 균열이 생기고 틈이 보이면 언제든 침탈될 수 있음을 그 시절의 역사가 말해준다. 힘겹고 불행한 과정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늘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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