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자영업..대출금리 '살짝' 오르자 이자부담 '훌쩍'(종합)

이광호 2021. 11. 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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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금리 1% 오르면 이자부담 5.8조 ↑
금리변동 시 예상 이자부담액은 갈수록 증가추세
5대銀 관련 대출 평균금리 2.78→3.37%로 '쑥'
금리 상승·이자 유예 종료 땐 연쇄 도산 우려
대한자영업자연합회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실질적인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대출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하반기 자영업자들이 추가로 떠안은 이자가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5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는 만큼 대출금리 상승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개인사업자가 짊어져야 할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이자까지 치솟아 이미 기초 체력이 바닥난 영세 중·소상공인이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금리 1%P 오르면 이자 5.2조 ↑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부담은 5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0.50%포인트 오를 시 이자 부담 증가 규모는 2조9000억원, 0.25%포인트 상승이면 1조5000억원 늘어난다. 해당 자료는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자영업자로 식별해 계산했다. 이들이 보유한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을 합계한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상반기 약 858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금리 변동에 따라 증가하는 예상 이자부담액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지난해 3분기 측정 시 금리 1%포인트 인상으로 증가하는 이자부담 규모는 약 5조2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지난 1분기 5조6000억원으로 확대됐고 2분기도 전분기보다 2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금리 인상기가 시작됐음에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추가로 빚을 내 연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약 67.9%로 추산된다. 74.9%인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보다 낮지만, 업권과 부문별 변동금리 비중이 정확히 반영돼 있지 않음을 고려하면 실제 금리 인상 파급력은 더 클 거란 해석이 많다.

관련 대출금리 넉달 만에 0.59%P 올라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상반기 2.78%였다. 하지만 지난달 평균금리는 0.59%포인트 오른 3.37%를 기록했다. 타 업권의 증가율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자영업자들은 불과 넉 달 만에 3조원에 육박하는 이자를 추가로 내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5대 은행이 보유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잔액은 297조5334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실정이다. 올해 들어서만 23조5181억원 증가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239조4193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58조1141억원이 불었다. 이는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자 빚에 의존해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지난 7월 들어 코로나19가 재확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영 환경이 또 다시 악화됐는데,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에 1금융권(은행)들이 문을 닫으면서 2금융권(저축은행·카드·캐피탈 등)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속에 금리 상승과 대출 옥죄기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짚었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이 신용평가사 자료를 토대로 가계대출이나 사업자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444만명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후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 증가율은 은행권에서는 하락했지만, 비은행권에서는 계속 상승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이후 저축은행·카드·캐피탈에서 개인사업자 가계대출 증가율이 많이 올랐다.

사업자대출 역시 고금리 업권에서 상승했다. 특히 소득이나 신용점수가 낮은 자영업자일수록 금리 인상 속도가 빨랐다. 같은 기간 신용등급 1~3등급에 실행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2.3%에서 2.93%로 0.54%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상품임에도 6등급 대출 차주 금리는 6.70%에서 7.69%포인트로 0.98%포인트 올랐다. 약 2배 가량 빠른 것으로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더욱 크다는 얘기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끝나면 자영업도 '경고등'

문제는 이자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가운데 내년 3월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유예 종료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금리는 지난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금리를 올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미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금리가 5%에 달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 오르면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은 2조9000억원 가량 증가한다. 내년 3월 말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이 중단되면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10월 말 기준 5대 은행에 이자유예를 신청한 기업은 2495개사, 이자유예 규모는 326억원이다. 올해 1분기 1724개, 20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며 한계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빚 부담을 줄여주거나 일부 탕감해주는 식의 일시적 접근이 아닌, 자영업 시장 구조를 재정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대출을 탕감해주거나 재정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영업 시장으로의 무분별한 유입을 억제하고, 그만큼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시장 구조를 조정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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