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더 나은 美 재건' 향한 바이든의 진심 통할까

박병희 2021. 11. 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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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재정지출 정책에 여야 대립..공화 "정부 지출계획에 물가 올라" 공세
바이든 지지율 40%선 추락에도 기후변화 대응·富 불균형 해소 밀어붙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새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가 지난달 이미 시작됐지만 새 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잇따른 대규모 재정지출 정책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 대선 유세 과정에서 밝힌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구상 아래 잇달아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을 공개했다. 공화당은 연방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며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고 있다. 

바이든의 ‘더 나은 재건’

바이든이 더 나은 재건을 목표로 처음 공개한 지출 법안은 지난 3월 법제화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구제 계획(American Rescue Plan)’이다. 성인 1인당 1400달러 현금 지급을 핵심으로 하는 일회성 지출 법안이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장기적인 물적·인적 인프라 확대를 목표로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과 ‘미국 가족 계획(American Families Plan)’ 법안을 잇달아 제안했다. 미국 일자리 계획은 지난 15일 ‘인프라 투자·일자리 법안(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이라는 이름으로 법제화됐다. 애초 바이든이 제안한 예산 규모는 2조3000억달러였지만 의회 논의 과정에서 1조2000억달러로 축소됐다.

미국 가족 계획은 1조7500억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안으로 지난 20일 하원에서 통과됐다. 사회복지 예산안의 상원 통과 절차만 남았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구상한 더 나은 재건은 법적으로 거의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바이든의 더 나은 재건은 큰정부를 지향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친환경 사회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이 더 나은 재건의 핵심 목표다.

지지율 하락에도 굳건한 바이든의 신념

당초 계획보다 예산이 줄었다고 해도 바이든 정부가 구상하는 2022회계연도 예산안 규모는 이미 슈퍼예산안이다. 3개의 대규모 지출법안에서 제출된 예산만 5조달러에 육박한다. 세계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21조달러였다. 물론 바이든이 2, 3번째로 제안한 두 개 법안은 향후 10년에 걸쳐 장기간 추진되기 때문에 연방정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분산된다.

백악관은 앞서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일자리 확충, 교육·복지 지출 구상을 반영해 6조100억달러 규모의 2022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2%를 기록해 30년 만에 6%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바이든 정부에 큰 악재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잇따라 대규모 재정지출을 계획하고 있는 탓에 물가가 오른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공화당의 전략이 통한 덕분인지 최근 바이든의 지지율은 40%선까지 무너질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내년 중간선거를 걱정하는 민주당 내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지난 3일 민주당 텃밭인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패한 뒤 바이든은 "선거일 전에 (예산안)을 통과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정지출안이 통과됐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사회 기반을 마련하고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더 나은 미국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인프라 투자·일자리 법안이 의회에서 최종 통과된 뒤 성명에서 "향후 세대가 뒤돌아보면 지금이 미국이 21세기 경제 경쟁에서 승리했던 때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할 커진 Fed 브레이너드 부의장

바이든은 22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바이든은 파월과 함께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를 의장 후보로 두고 오랫동안 고심했다. Fed 수장에 오르지는 못 했지만 브레이너드는 부의장에 지명됐고 그의 역할은 더 커졌다.

브레이너드는 바이든의 내각 인선 때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만큼 바이든의 국정철학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브레이너드는 그동안 Fed 내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논의를 주도했다. 그는 지난달 7일 Fed 회의를 위한 보고서 초안에서 ‘Fed가 대형 은행의 기후변화 금융 리스크를 평가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Fed가 매년 실시하는 대형 은행의 자산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금융 리스크가 평가 항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파월은 월가 규제를 완화하고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받는다. 브레이너드는 이러한 파월 의장의 약점을 메워줄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너드는 소득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신념도 바이든과 일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브레이너드는 파월보다 덜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미국 경제매체 쿼츠는 최근 기사에서 브레이너드는 물가보다 기후변화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 입장으로 보인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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