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의 전쟁' 위해 장수 그대로..파월 체제 4년 더(종합)
파월 "추가 물가상승 막기 위해 우리의 수단 사용할 것"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조유진 기자] ‘세계 경제 대통령’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됐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붕괴 위기 극복에 이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과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연임을 발표했다. 통상적인 Fed 의장 인선 일정과 비교해 상당 기간 지연됐지만 ‘깜짝쇼’는 없었다. 파월 의장은 상원 인준이 마무리되면 내년 2월부터 4년 임기의 Fed 의장직을 맡는다.
파월 의장의 연임 발표 후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했다. 미 국채금리는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경계하며 1.63%까지 치솟았다. 국채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스닥지수는 1.3%나 추락했다.
◇파월 "추가 물가 상승 막을 수단 사용"=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현 의장을 유임을 결정한 것은 인플레이션 통제에 방점을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은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라는 ‘다크호스’가 있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진보 성향의 비둘기파적인 인사를 고용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보다는 파월 의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한 인플레이션 차단을 기대했다는 것이 이번 인사에 대한 평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고(高)인플레이션은 식료품, 주택, 교통 같은 필수품의 높은 비용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 타격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경제, 더 강력한 노동시장을 지원하고 추가 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도구는 금리 인상을 뜻한다는 게 미 언론과 금융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이(파월 의장의 애칭)가 단호한 리더십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고 경제가 견고한 회복 궤도에 오르도록 도왔다"고 평가하고 "우리 경제의 엄청난 잠재력과 불확실성 때문에 Fed의 안정과 독립이 필요하며 꾸준하고 검증된 원칙에 입각한 Fed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연임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약자의 위치가 아닌 힘의 우위에서 인플레이션을 공격할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브레이너드가 아니라 파월을 차기 의장으로 선택한 것은 금리 인상 지연을 통한 고용 극대화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기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차기 의장이 되면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공격수는 파월 의장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인플레이션 급등과 함께 추락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파월 의장 연임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를 잘 지원했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고위 보좌관들의 견해가 반영된 것이며, 물가 상승으로 인한 난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임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전임 Fed 의장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파월 의장의 관리하에 우리 경제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기 금리 인상 시 경제 회복 걸림돌= 파월 의장에게 남겨진 또 다른 숙제인 최대 고용 창출과 인플레 퇴치는 동시에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다.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Fed가 금리 인상을 빠르게 시작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NYT는 2015년 금리 인상 이후 중공업, 농업 등에서 급격한 경기 후퇴가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했다. 아울러 Fed가 긴축 쪽으로 기울면 증시 등 위험자산 분야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을 관리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려야 하는 묘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경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낮추어야 하는 극한 임무가 파월에게 주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성공을 확신하고 베팅했다. 파월 의장의 임무 완수 여부에 바이든 행정부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뜻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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