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재택에도 실적 날았다..직장인들 "이대로 갑시다"

정길준 2021. 11.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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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3Q 누적 매출 동반 상승
직장인들 "근무 환경 변화 환영"
기업들은 "생산성 높지 않아"
절반 이상 코로나19 이전 복귀
"산업별로 선택지 다를 듯"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표 IT 기업들이 잇달아 원격근무 체제를 가동했지만, 현장 업무 공백의 우려와 달리 실적은 되레 고공행진했다. 이달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 시행으로 기업들은 점진적 정상화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직장인들은 혼잡한 출퇴근길과 회식의 부활을 걱정하고 있다. 이렇듯 상반된 입장 속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사무실 풍경을 바꾸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SK텔레콤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거점 오피스에서 일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ICT 업체들, 재택에도 실적 고공행진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양대 포털은 비대면 업무 방식을 도입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 전년 동기 대비 네이버는 29.0%, 카카오는 48.9%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각각 9.3%, 59.5% 늘었다.

두 회사 모두 연말까지 현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웍스', 카카오는 '카카오워크'와 같은 자체 개발 협업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VPN(가상사설망)으로 보안이 엄격한 내부 인프라에 안전하게 접속해 원격지에서도 업무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 역시 재택근무로 인한 매출 타격은 없었다. 지난 3분기 누적 매출 증가율이 SK텔레콤은 5.66%, KT 3.2%, LG유플러스 3.4%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3사 모두 두 자릿수 올랐다.

이들 회사 역시 당분간 순환 근무 기조를 이어간다. 최소 20% 이상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고, 본사 외 거점 오피스 운영으로 인력을 분산한다.

업계 맏형격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달 위드 코로나 시행에 맞춰 재택근무 비중과 출장·회식 요건을 일부 완화했지만, 연일 신규 확진자가 3000명을 기록하자 추가 가이드라인은 내놓지 않고 다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사담당자 평가 재택근무 생산성과 직장인이 원하는 새로운 근무 형태.

직장인 10명 중 8명, 재택·출근 혼합 원해

모바일 소비 행태로 IT업계가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얻은 것도 있지만, 비대면 추세가 기업 경영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직장인들은 현재의 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내심 바라는 눈치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 4일 공개한 설문 결과를 보면, 직장인 412명 중 86.9%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무 환경 변화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워라밸이 지켜질 것 같아서'가 48.9%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부정적으로 생각한 그룹(13.1%)은 이유로 '실제로 해보니 만족도가 낮아서'(38.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 업무량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25.9%)와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22.2%)라는 답변도 있었다.

희망하는 근무 환경을 묻자 하이브리드(출근·재택 혼합) 근무가 68.5%로 1위에 올랐다. 재택근무(38.7%)와 거점 오피스 근무(29.1%)가 뒤를 이었다.

서울 사는 네트워크 엔지니어 김 모 씨(37)는 "IT 기업은 사무실에 출근해도 메신저로 대화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젊은 직원들은 이어폰을 끼고 일하기도 한다"며 "서로의 신뢰만 뒷받침한다면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계속해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 절약과 회식 문화 단절 등을 재택근무의 장점으로 들었다. 다만 자녀 등 가족과 독립된 업무공간이 없어지고 집안일이 늘어나는 것은 단점이라고 했다.

부작용도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개인의 양심에 맡겼더니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택인데 전화·메신저 안 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좀 해달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재택근무로 자리가 비어 있는 한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기업 절반,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

기업들은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지난 4월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공기업 제외, 응답 82개사)에 재택근무 시 체감 업무 생산성을 물었다.

그 결과, 정상근무 대비 '90% 이상'이라고 답한 곳은 40.9%에 불과했다. '80~89%'는 39.4%, '70~79%'는 10.6%로 나타났다. '70% 미만'이라는 응답은 9.1%였으며, 생산성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부정적 평가도 소수(1.5%) 존재했다.

응답값을 평균할 경우 기업들이 생각하는 재택근무의 정상출근 대비 생산성은 83.4% 수준이다.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바라보는 인식은 전보다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생산성이 '90% 이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는 5.9%포인트 줄었는데, '80~89%'라는 응답은 13.9%포인트 늘었다.

이에 기업 절반 이상은 기존의 근무 체제로 복귀할 전망이다. 응답한 기업의 56.4%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지속 활용·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총은 "기업들의 인식과 활용률이 제고된 것은 분명하지만, 코로나19가 해소된 이후 재택근무가 보다 퍼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시행 초반에 비해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새로운 근무 환경을 대하는 직장인과 기업의 온도차가 뚜렷하지만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택은 이제 선택의 문제다. 이번을 계기로 모여서 일하지 않아도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기술에 기반을 둔 성과 측정 모델도 고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교수는 "조직장에게 맡겼던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성과를 평가하게 되면서 불공정 시비도 없어질 것"이라며 "전용 소프트웨어와 디바이스 등을 개발하는 원격근무 솔루션 회사들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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