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전통 택한 바이든, 파월 Fed 의장 유임..부의장에 '진보' 브레이너드

박현영 2021. 11.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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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바이든, 공화당원 파월 재지명
트럼프가 깬 연임 전통 다시 잇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을 차기 의장으로 재지명한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68)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유임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보도자료와 기자회견을 통해 파월 의장을 4년 임기의 차기 의장에 다시 지명한다고 밝혔다.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돼 온 레이얼 브레이너드(59) Fed 이사는 부의장에 지명했다.

파월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 경제를 잘 부양해 회복세를 이끈 성과가 있고,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엄청난 잠재력과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는 이 순간 우리는 연방준비제도의 안정과 독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우리나라가 일자리 출혈이 심하고, 금융시장에 패닉이 닥쳤을 때, 제이(파월 의장의 애칭)의 일관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은 시장을 안정시키고 우리 경제를 강력한 회복의 궤도에 올려놓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또 "파월 의장은 현대사에서 가장 큰 경기 침체, 연준 독립성에 대한 공격 등 전례 없는 도전을 받는 기간에 변함없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신뢰를 확인했다.

파월 의장 유임은 임무를 달성한 중앙은행 최고 책임자를 당파성과 무관하게 재임명하는 '전통'으로 돌아가는 의미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오랜 기간 미국 대통령은 소속 정당이 다른 Fed 의장을 유임시켜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전통을 깨고 민주당원인 재닛 옐런 Fed 의장을 다시 지명하지 않았다. 대신 공화당원인 파월 의장을 선임했다.

이번에 민주당 소속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원 파월 의장을 두 번째 임기에 지명하면서 오랜 관행을 이어가게 됐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 지명자가 22일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금융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친(親) 시장적 성향에 통화정책에서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집권 민주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Fed 지도부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해서 제기했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은 파월 의장이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고, 금융 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를 지지한 데 대해 비난해 왔다.

이를 이유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브레이너드 이사를 파월 후임으로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브레이너드 이사를 부의장에 지명함으로써 진보 진영의 요구를 절충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가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위험을 해결하고 금융 시스템의 새로운 위험에 한발 앞서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진보 진영에서 이 정도로 만족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WP는 전했다.

진보 진영 리더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내가 제롬 파월 의장 재임명에 반대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그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며 인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파월 의장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으로부터도 폭넓게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어 상원 인준이 순조로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P는 백악관이 브레이너드 이사를 Fed 의장에 지명하면 상원에서 치열한 인준 전쟁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파월을 재지명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108년 Fed 역사상 세 번째 여성 부의장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는 108년 Fed 역사상 세 번째 여성 부의장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옐런 전 의장은 2010~2014년 부의장을 지냈고, 앨리스 리블린 부의장은 1996~1999년 복무했다.

브레이너드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워싱턴으로 옮겨 공직에 입문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재무부에서 정책 경험을 쌓았다.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아시아·태평양조정관이 남편이다.

파월 의장은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와 차관을 지냈다. 2011년 오바마 전 대통령 지명으로 Fed 이사에 임명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명을 받아 2018년 2월부터 Fed 의장을 맡았다.

경제학자들이 주로 맡아온 Fed 의장을 변호사이자 투자은행가 출신인 파월이 맡게 된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이코노미스트 출신이 아닌 Fed 의장은 40년 만에 처음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Fed 구성원을 지명할 기회는 더 있다. 공석인 2명의 Fed 이사 자리는 다음 달 초 지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 감독을 담당하는 Fed 부의장도 지명해야 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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