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대1 경쟁 '네카라쿠배 고시학원'.."매일 12시간 공부도 부족" [팩플]
“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잠을 많이 자는 거예요. 6시간이면 많이 잤다는 친구들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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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라쿠배 학원’까지 생겨…입학 경쟁률만 279대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발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초 IT업계엔 ‘개발자 몸값 전쟁’이 몰아쳤다. 넥슨·네이버 등 이름 있는 IT기업들은 연봉 인상, 주식 지급 등 임직원 보상 정책을 줄줄이 발표했다. 그중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네카라쿠배’로 불리는 5대 IT 기업. 5000만~6000만원대 초봉, 젊고 유연한 기업문화와 ‘국민 앱’이 가진 친숙한 이미지 덕에 전통 대기업인 ‘삼현엘(삼성·현대·LG)’을 제치고 ‘꿈의 직장’으로 부상했다.
공학 비전공자들까지 개발직으로 전환할 만큼 네카라쿠배의 인기가 높아지자, 5개사 입사를 위한 학원까지 생겼다. 직장인 교육업체 데이원컴퍼니는 지난 3월부터 ‘네카라쿠배 취업완성 스쿨’을 열고 프론트엔드 과정과 데이터 사이언스 과정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입사 후 2년치 연봉의 1%(인당 최대 100만원)를 기부받는 조건이다. 2~3개월마다 10~20명을 선발해 가르친다. 최종 선발된 학생들 중엔 박씨(국어국문학 전공) 같은 비전공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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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도 불사…“하루 12시간 공부 안하면 네카라쿠배 못가요”
네카라쿠배 스쿨은 6개월간 주 5일 학원에 나와 ‘텐 투 텐(오전 10시~오후 10시)’으로 하루 12시간씩 공부하는, 그야말로 ‘고시학원’이다. 원하는 회사 입사에 실패하면 ‘재수’도 불사한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던 김모(26)씨가 그런 경우다. 입사 제안은 많이 받았지만, 네이버·카카오에 가고 싶어 거절했다. 학원 동기 10명 중 7명이 네이버·카카오에 입사한 영향이 컸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취업 면담과 자기소개서 첨삭 등 사후 관리를 받고 있다.
중도 포기자도 적지 않다. 1~3기에 선발된 48명 중 11명이 중간에 그만뒀다. 모의고사 점수가 좋지 않아 중단을 권유받았거나, 빡빡한 일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그만둔 경우다. 이 과정을 기획한 강호준 데이원컴퍼니 스쿨사업기획팀장은 “네카라쿠배는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12시간씩 공부만 해도 갈까 말까한 최상위급 회사”라며 “이 회사들이 지원자 스펙(학벌 등 외형 조건)을 안 본다지만, 요구하는 공부량은 웬만한 ‘초고스펙자’ 못지 않다. 당연히 입시학원처럼 교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는 지원자의 성별·학력·스펙을 보지 않는 대신, 실력을 본다. 채용 과정 내내 코딩 테스트와 실무 면접이 이어진다. 그래서 수업도 철저하게 실무 중심이다. 교육 과정은 크게 5개. 프로그래밍의 기본 요소를 배우고, 직접 웹 서비스를 구현해보는 실습까지 마쳐야 한다.
수능 앞둔듯 고요하고 진지…실제 수업 들어보니
수강생 10명은 모두 편한 티셔츠에 추리닝, 슬리퍼 차림이었다. 책상 위엔 커피와 음료수 캔, 핸드크림, 안경집, 미니 선풍기 같은 ‘수험생 아이템’이 가득했다. 손때 묻은 필기 노트들이 눈에 띄었다. 남녀 성비도 반반. ‘개발자는 대부분 남자’란 말은 옛말이었다. 수능을 앞둔 듯 고요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발표 수업이 열리는 다른 반을 찾았다. 좀 더 밝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이제껏 배운 걸 활용해 일주일 간 기획·개발한 조별 과제 발표가 이어지고 있었다. ‘마피아 게임’과 ‘라이어 게임(눈치 게임)’을 합쳐 간단한 웹 게임을 개발한 1조의 발표가 끝나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냐”는 강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발표 끝엔 조원들이 무엇을 배웠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돌아가며 말했다.
발표 수업을 듣던 박바름씨는 기자에게 “30대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배울 수 있는 동료가 많은 회사에서 ‘좋은 개발자’가 되는 것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가장 빠른 길이란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이날도 박씨는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야 학원 문을 나섰다.
■ 취준생 ‘꿈의 직장’이라는 네카라쿠배, 성장의 비밀은
「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이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엔 GAFA(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가 있고, 한국엔 ‘네카라쿠배’가 있죠. 네이버, 카카오, 라인(운영사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형제들)입니다. 이들 중 상장사인 네이버·카카오·쿠팡의 시가총액 합계는 지난 19일 기준 180조원, 시장은 이들의 미래를 현재(2020년 연매출 합계 약 25조원)보다 더 밝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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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라쿠배의 성장 기반은 ‘인재’입니다.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고, 우수 인재들도 이 기업을 선호합니다. 중앙일보 팩플은 5대 IT 기업의 인사(HR)와 기업문화를 총괄하는 임원들을 만나 이들이 찾는 인재상과 키우는 리더, 평가·보상의 방향 등을 들어봤습니다. 기업문화에 깔린 창업자들의 생각도 짚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 ‘네카라쿠배 성장의 비밀’ 시리즈를 확인해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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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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