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올해 야구는 공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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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과목씩 치르는 시험이 예정돼 있는데 지난해 1등과 2등 학생이 감기에 걸렸다며 시험을 연기해 달라고 한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가 우승했다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정규시즌 중단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훨씬 더 격렬하게 벌어졌을 것이다.
한창 시즌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해진 규정을 구단 대표 몇 명이 모인 회의에서 뒤집은 KBO의 결정은 게임이 진행되는 도중 게임의 규칙을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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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과목씩 치르는 시험이 예정돼 있는데 지난해 1등과 2등 학생이 감기에 걸렸다며 시험을 연기해 달라고 한다. 교장이 학생 대표를 모아 회의를 한 끝에 결국 시험 연기가 결정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현실적으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일정이 연기된 후 보니 일부 학생들의 시험 날짜가 이상해진 게 발견됐다. 하루에 한 과목씩 치르는 시험인데 감기에 걸리지 않은 학생들 중 일부는 하루에 두 과목씩 시험을 치르는 날이 많아진 것이다…. 만약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난리가 났을 게다.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비슷한 일이 벌어져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가 우승했다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정규시즌 중단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훨씬 더 격렬하게 벌어졌을 것이다. 대규모 시위가 열렸을지도 모른다. KT 위즈 우승으로 시즌이 일단락됐지만 유야무야 넘길 문제는 아니다. 한창 시즌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해진 규정을 구단 대표 몇 명이 모인 회의에서 뒤집은 KBO의 결정은 게임이 진행되는 도중 게임의 규칙을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KBO는 지난 7월 긴급이사회를 열었다. 일부 구단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었고, 해당 구단의 주전 선수 일부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돼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그 상황에서 리그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해에 이미 KBO는 선수들의 코로나 감염 상황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구단의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 선수 인원수와 상관없이 구단 대체선수를 투입해 리그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SBS와 엠스플뉴스 등이 입수해 보도한 긴급이사회 녹취록에 따르면 정지택 KBO 총재는 이사회 초반에 (당시 주전 선수 몇 명이 확진됐던) NC와 두산의 선수를 교체시켜 강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KBO 총재가 KBO가 만들어 놓은 규정을 어기자고 제안한 셈이다. 몇몇 구단 대표들은 규정이 있는 만큼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규정대로 하지 않고 리그를 중단할 경우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구단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구단 대표는 “사회에서 지켜야 할 룰과 도덕, 규정 이 부분에 합당하냐 않냐를 구분했을 때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회에서 (리그 중단 결정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과연 문제(여론과 팬들의 지적) 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저는 자신 없습니다”라는 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KBO는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일부 구단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리그를 계속 진행했을 때 주전 선수들의 결장으로 성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구단들은 찬성했고, 일부 구단은 손해 볼 것 없다는 계산이었는지 아니면 KBO에 맞서는 모양새가 불편했는지 침묵으로 동의했다. 우리 팀 주전 선수가 빠지면 이길 확률이 현격히 줄어드니 게임을 연기하자고 한 구단이나 규정을 무시하고 특정 팀의 요청을 받아들인 KBO의 결정은 내 몸이 아프니 전교생의 시험을 연기하자고 떼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현실에서 보여준 KBO가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면 퍽 우스운 일이 될 것 같다.
논란이 일자 문화체육관광부는 KBO로부터 당시 이사회 녹취록을 제출받았다. 문체부는 녹취록과 당시 상황을 제대로 살펴 규정과 다르게 일정이 바뀌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해진 룰과 규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꾸는 행태를 시정하는 게 이 정부의 중요한 과제인 공정을 세우는 길 아니겠는가.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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