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 외딴집에 사는 영수.. 목사 아빠 여의고 엄마는 요양 중
영수(가명·10)에게는 다섯 명의 형과 누나가 있다. 지금 사는 경기도 파주 집에는 2008년 이사 왔다. 산자락 끝에 있는 집 주변에는 민가가 많지 않다. 그나마 있던 집들도 최근 헐리고 그 자리에 공장과 창고가 들어섰다. 학교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영수는 큰 불평 없이 묵묵히 다닌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어머니(51)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목사였던 아버지는 올해 초 세상을 떠났다. 당뇨와 간경화로 오랜 세월 투병했던 아버지는 어머니의 간을 이식받고 건강한 삶을 바랐지만, 수술 후 갑자기 병세가 악화하면서 숨을 거뒀다. 어머니는 간의 60%를 떼 준 뒤 아직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인천과 의정부에서 목회했던 아버지는 늘 가난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이 주신 여섯 자녀를 잘 키웠다. 학교도 겨우 보낼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셋째 형까지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동두천 동성교회 김정현 목사가 영수네 집을 방문했다. 김 목사의 방문은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동성교회는 28일 영수를 비롯해 질병과 가난 속에 있는 국내외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밀알의 기적 예배를 드리고 지원을 시작한다.
영수네 집에 들어가기 전 김 목사는 잠시 발길을 멈춰 집을 쳐다봤다. 한적한 마을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는 집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낡아 있었다. 한쪽 벽은 붕괴 위험이 커서 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지대를 세워줬다 한다.
“안녕하세요”. 김 목사가 신발을 벗으며 인사했다. 좁은 집에는 짐이 가득했다. 영수와 넷째 형(15), 어머니가 김 목사를 맞이했다. 영수는 수줍게 인사했지만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다. “네가 영수구나?” 김 목사가 물었지만 영수는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어머니가 나섰다. “집에 손님이 온 게 오랜만이라 좀 어색한가 봐요.” 어머니는 “남편은 집에서 동네 어르신 몇 분과 함께 목회했다”며 “막내 영수가 남편을 향한 그리움이 가장 커 늘 안쓰럽다”고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전하는 집안 사정은 들을수록 막막해졌다. 간 이식 수술 후 어머니는 인천의 언니 집에서 요양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3개월은 더 쉬어야 한다. 어머니가 떠나면 외딴집에는 아이들만 남는다. 월드비전이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걱정거리는 한둘이 아니다. 시골길을 걸어 등하교하는 영수의 안전이 늘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목회할 때도 제가 가까운 공장에 나가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며 “지금도 당장 일을 해야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못하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얘기를 듣고 있던 김 목사는 어렵게 살았던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다섯 형제가 대학에 다닐 때 아버지도 늦게 신학교에 입학하시면서 가세가 기울었다”면서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막막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늘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등록금을 장만하기에는 부족했는데 하나님께서 매 학기 기적처럼 도움의 손길을 보내 주셨다”며 “지금 생각해도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김 목사는 영수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영수야. 오늘 대화를 꼭 기억하고 낙심하지 말고 공부 잘 마치길 바란다. 훗날 오늘의 대화를 떠올리며 ‘하나님이 내게도 김 목사님에게 주셨던 축복을 주셨구나’라고 기억하길 바란다.” 눈만 깜빡거리며 듣던 영수도 “네”라고 답했다.
김 목사는 함께 기도하자고 권했다. “은혜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이 가정의 3남 3녀가 주님 사랑 안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인도해 주옵소서. 어머니의 눈물 기도를 주님께서 아시오니 자녀들에게 은혜와 평강이 넘치길 원합니다. 영수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해 주시고 여러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주옵소서.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서원하셨던 모든 것들, 주님께서 아시오니 완성해 주옵소서. 이들 남매의 우애가 돈독하게 해 주시고 모든 고생 이기고 훗날 지금의 때를 추억할 수 있게 해 주옵소서. 어머니의 건강도 회복시켜 주시길 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함께 기도했던 영수와 형, 어머니가 함께 “아멘”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다시 말했다. “영수야, 지금 기도한 건 물론이고 영수가 하는 모든 기도가 절대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늘 기도할게. 영수가 훌륭한 사회인이 되게 해 달라고도 기도할게. 영수는 혼자가 아니야. 늘 기운 내야 한다”.
파주=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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