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정수, 원액 상태로 강해설교에 담아 전하는 데 심혈"

장창일 2021. 11. 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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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설교 통해 성도의 변화 돕는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교회 본당에서 강해설교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강해설교를 고집하는 황명환(63) 수서교회 목사는 “온전한 설교를 전하는 게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강해설교란 성경 본문의 문맥에 맞는 역사와 문학적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메시지를 교인에게 전달하는 설교로, 설교자의 신학적 깊이가 필수적이다. 성경 각 권을 차례대로 전한다. 설교자와 성도 모두에게 쉽지 않은 설교 방법이지만 황 목사의 오랜 강해설교는 교인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교회에서 만난 황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 아무것도 내세우지 않기로 다짐하며 목회했다”며 “십자가 안에 있는 능력만 따르는 게 목회라고 생각한다”며 목회 소신을 전했다.

황 목사에게 강해설교는 ‘목회의 무기’와도 같다. 강해설교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인내가 필요하다. 그때그때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본문을 택하는 주제설교는 설교자의 의견이 첨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양했다 한다. 황 목사는 “깊은 고뇌와 연구 결과가 녹아 있는 설교는 물을 조금도 섞지 않은 원액과도 같다”며 “이를 통해 교인들에게 성경에 녹아 있는 복음의 정수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씀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신약과 구약을 순서대로 전하는 게 특징이다. 요한복음 설교를 마친 뒤 창세기로 이어지는 식이다. 각 책에 담긴 메시지를 설교로 전하는 기간은 짧지 않다. 잠언만 해도 1년 52주 동안 강해설교를 한 뒤 3권의 책으로 묶어 출판했을 정도다.

장로회신학대에서 신학 수업을 받은 황 목사는 같은 대학원에서 구약학과 윤리학(기독교와 문화)을 전공했고 1992년 수서교회에 부임했다. 2007년에는 수서문화재단을 만들어 문화 사역을 시작했으며, 2018년에는 성경적 부부관을 다룬 영화, ‘남자와 여자’를 제작해 개봉했다. 2017년에는 EPOL(이폴·Eternal Perspective Of Life) 연구소를 세워 죽음과 천국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수서교회의 오랜 전통 중 하나는 자발적 봉사다. 누구에게도 교회 봉사를 권하지 않는다. 황 목사는 “건강한 교회, 행복한 교인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 자발적 봉사를 하는 문화”라며 “우리 교회는 말씀 중심의 경건을 강조하는데, 이 안에서 자원적 봉사를 위한 동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수서교회는 공유교회를 통해 개척교회의 자립도 돕고 있다. 이미 2016년 2월부터 1000석 규모의 구(舊) 예배당을 작은 교회들을 위해 통째로 내놓았다. 교회는 이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500m 떨어진 곳에 건축한 새 교회당으로 이전하면서 비게 된 예배당 공간을 개척교회와 선교단체 등 6곳에 개방했다. 공유교회에 둥지를 틀었던 6개 교회는 이미 새 예배당을 마련했다. 황 목사는 “수서교회 인근은 임대료가 비싸 개척교회를 시작하기 어렵다”며 “개척의 기회를 주고 상생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교회는 역세권에 사무실을 임대해 개척교회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새로운 공유교회 사역도 구상 중이다. 황 목사는 “공유교회 관리팀도 신설해 개척교회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공유교회도 공간이 마련되면 바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큰 고난을 겪었다. 2005년 17살이던 큰아들을 잃었다.

몇 해 지나지 않아 황 목사는 방광암 3기 판정을 받고 2012년에는 개복수술까지 했다. 그는 “내가 은혜를 받아야 교인이 은혜를 받는다. 목사 개인의 고난이 설교에 담기면 안 되는 이유”라며 “아픔은 담아두고 복음만 전하며 나도 성숙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목사가 죽음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죽음을 생각하고 깊이 연구하면 결국 인생은 무엇인가, 내가 누구냐는 지점에 도달한다”고 했다. 이폴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그는 죽음을 삶과 신앙, 천국과 영생을 종합한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폴연구소는 매년 죽음 바로 알기 세미나와 죽음과 관련한 논문 공모를 하고 있다. 황 목사는 “철학의 목적은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지만 종교는 죽음을 해결하는 목적이 있다”며 “그래서 교회는 죽음을 연구하고 교인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음을 믿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고 했다. 황 목사는 “하나님이 아들을 보내 주시고 그가 우릴 위해 죽은 뒤 부활하셨다”며 “그런 면에서 기독교의 복음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걸 받아들이는 게 믿음으로, 없는 게 아니라 이미 이뤄진 걸 믿는 종교가 기독교”라며 “그래서 기독교는 월등한 행복을 경험하는 종교”라고 말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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