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암호화폐와 스포츠
최근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 아이스하키(NHL) LA 킹스가 홈경기장으로 사용하는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의 명칭이 크립토닷컴(Crypto.com)에 팔렸다. 1990년대 개장과 함께 미국 문구 체인의 대명사인 스테이플스(Staples)가 명명권을 사서 홍보 효과를 누렸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번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7억 달러라는 큰돈을 주고 이름을 달게 됐다.
그런데 20년 동안 사용하는 경기장 명명권에 우리 돈 820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름을 붙이는 기업의 소비자와 그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팬층이 겹친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미국에서 NBA 팬 가운데 45%가 35세 미만이고, 70%가 남성인데,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면 66%가 45세 미만이고, 67%가 남성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아주 잘 겹쳐지는 집단인 셈이다.
인종집단 또한 중요한 요소다. 미국 프로농구는 흑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일 뿐만 아니라 열성팬 중에는 흑인(40%)이 압도적으로 많다. 흑인의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나온 뉴스에 따르면 미국 흑인의 23%가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비율에서 백인(11%), 히스패닉(17%) 인구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자산 부족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부동산·주식시장에서 재미를 못 본 흑인이 한 방을 노리는 투자 대상이 암호화폐인 셈이다. 그런데 이는 한국의 20대가 비트코인에 몰리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산증식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인구집단에 암호화폐는 하늘이 내린 동아줄로 인식되는 것 같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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