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함께 안 갈 수 있다" 윤석열이 화났다, 김종인도 뿔났다

김기정 2021. 11. 2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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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수습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금요일 부터 매일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없이 갈 수도 있다'는 뜻을 주변에 강하게 밝혔다고 들었다. 김 전 위원장도 불쾌한 상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양쪽 사정에 모두 밝은 야권의 핵심 인사가 지난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얘기다.

그런데 국민의힘 분위기가 22일 이 야권 인사의 말처럼 흘러갔다. 윤 후보와 김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이견이 노출되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이 삐걱댔다. 김 전 위원장은 다 결정된 것으로 여겨졌던 '원 톱' 총괄선대위원장 합류를 연기했다. 반면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반감을 공개 표출했던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기용을 공식화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김한길 전 대표를 후보 직속의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병준 전 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당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각각 선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괄선대위원장 입성이 기정사실화됐던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은 하루 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본인께서 최종 결심하시면 그때 최고위에 (안건을) 올리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이 합류 연기를 통보한 시점에 대해 “어젯밤에서 오늘 아침 사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의 상임선대위원장 합류 때문이냐’는 질문엔 “그건 여러분이 취재해보시죠”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의 합류가 공식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선대위 주요 인선안을 두고 정치권에선 종일 논란이 이어졌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합류 없이도 선대위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신호였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사무실로 향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선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뉴스1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이날 최고위 전 티타임 자리에서도 직접적인 표현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하루 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는 윤 후보의 말은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일종의 합류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당 최고위에선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김병민 당 대변인의 선대위 대변인 인선도 미뤄졌다.

이 같은 갈등국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지난 20일 회동에 대한 각자의 입장차가 현저하다”고 말했다. 당시 윤 후보는 김병준 전 위원장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찾아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후 윤 후보 측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김종인 위원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의 상임선대위원장직 선임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 전 위원장 측은 여전히 “찬성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윤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지난 19일에 기자들 앞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건 김 전 위원장을 그냥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하라는 건데, 김병준 전 위원장의 위상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다음날 윤 후보가 김병준 전 위원장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갔을 때 김 전 위원장은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은 건 사실상 동의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김 전 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반면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윤 후보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선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일요일엔 김한길 전 대표를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김 전 위원장이 김한길ㆍ김병준, 두 사람과 함께 ‘3김(金)’으로 일컬어지는 상황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1일 윤 후보가 교회를 찾으면서 김 전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인 장제원 의원과 동행한 데 대한 불쾌함도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선 '윤 후보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모든 인선을 밀어붙인다'고 섭섭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김 전 위원장 측에선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 안 하는 건 거의 확정적”이란 말까지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을 찾아온 이준석 대표에게도 윤 후보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3김 삼각편대 구성에 동의했다"는 윤 후보 측의 표현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취재진을 만난 김 전 위원장은 ‘김한길, 김병준 합류에 대한 반대 때문이냐’ ‘김 전 위원장 의견 반영이 잘 되고 있다고 보느냐’는 등의 10여개의 질문에 모두 침묵한 뒤 “나는 이미 얘기를 다 했기 때문에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왜 하루 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엔 “고민할 시간을 갖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기정기자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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