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100세 시대 미래교육.. 독서와 놀이로 아이들 상상력 키운다

문정임 2021. 11. 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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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첫 어린이도서관 내달 개원
제주 한마음초등학교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고학년 학생들이 1~2학년 동생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100세 시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교육과 학교의 전통적인 역할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은 더 사람다워져야 하고 길어진 수명만큼 아이들은 퇴직 후에도 이전 만큼의 생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 기후 위기와 생태환경 보전이라는 공공적 과제에서 개인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최근 제주도교육청이 주최한 ‘2030 제주미래교육비전 수립’ 최종 용역보고회에서 연구진은 삶과 연결되는 교육, 공동선을 추구하는 교육, 진로를 함께 설계하는 교육에 대한 공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도교육청은 사람의 고유성을 키우기 위한 미래 교육의 기본 토대로 독서와 놀이를 통한 아이들의 성장 지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교육청은 ‘책 읽는 문화 확대’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총 93억원을 들여 제주시 이도2동 제주도서관 남쪽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전체 2898㎡의 제주 첫 어린이도서관을 조성했다. 12월 11일 문을 열어 책을 매개로 한 어린이전용 복합교육문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비롯한 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제주어린이도서관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첫 어린이도서관은 내달 11일 개관한다.


제주어린이도서관 이름은 명칭 공모를 통해 ‘별이 내리는 숲’으로 정했다. ‘세상의 모든 별’(아이들)이 가득 차 있는 ‘숲’(도서관)이란 뜻이다. 고남근 제주도서관장은 “제주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며 상상에 몰입하는 행복한 공간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제주 어린이들의 책 읽기는 가정과 학교에서도 이어진다. 도교육청은 도내 113개 초등학교 재학생 1만461명에게 올해부터 1인당 2만원의 도서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은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의 ‘한 학기 한 권 읽기’ 사업(초등3~고등3)에 따른 독서비 지원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 회복과 가정 내 독서습관 형성을 위해 올해부터 지원을 시작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고학년이 저학년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다양한 독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김용관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미래 교육에서 인문학적인 소양과 통합적인 읽기 능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아이들이 책 읽기를 습관화함으로써 학습기반을 닦고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학습·심리·사회적 결손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의 ‘판박이’ 놀이터도 달라지고 있다. 2019년 7월 교육부가 만 3~5세 교육과정을 ‘유아·놀이중심’으로 개정 고시하자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일깨우는 놀이가 이뤄져야 한다”며 놀이환경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초 ‘제주도 각급학교 교구·설비 기준’ 중 ‘유치원 바깥놀이장 설비 기준’을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개정하고 각 유치원의 신청을 받아 올해까지 모두 90여개 공·사립 유치원의 실외 놀이공간을 개선했다. 사용 연한이 다 된 고무매트를 제거하자 아이들은 흙바닥에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지가 넓은 유치원에선 흙 언덕을 조성했다. 당장 큰 변화를 주기 어려운 여건의 유치원들에선 땡볕을 막아줄 그늘막을 설치하거나 모래장에 소꿉놀이용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 두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놀이를 지원하고 있다.

2024년 3월에는 3만㎡ 규모의 제주유아체험교육원(가칭)이 개관한다. 186억원을 들여 도교육청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자연·생태 놀이터다. 폐교된 제주시 회천동 옛 삼양초교 회천분교장과 학교 뒤편 새미숲을 연결한다. 놀이터에 너무 많은 예산을 들인다는 시선도 있지만 아이들이 얻을 체험과 도전, 모험과 건강 등의 셀 수 없는 유무형적 가치를 생각하면 당장의 예산은 결코 많지 않다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다. 학교교육과 유아교육팀 김순영 장학관은 “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사회성과 창의성, 자기주도성을 키울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많이 읽고 신나게 뛰어노는 게 교육 밑바탕”

“기술 기반 사회에서도 행복하게 삶을 꾸려가야 할 우리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립된 삶의 주체로 성장하려면 많이 읽고 부지런히 뛰어놀도록 독서와 놀이가 교육의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사진)은 2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미래 시대의 교육은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영역이 더 넓어지는데 출산율은 줄고 있다”며 “기술과 공존의 범위가 확대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육감은 “사람의 고유성은 공감과 협업 능력, 창의와 상상, 예술적 감수성과 인류애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며 “상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독서가 습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서 교육의 본질을 명확히 구현하기 위해 내달 개관하는 제주어린이도서관의 관장은 초등 장학사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놀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독서가 정신을 살찌우는 것이라면 놀이는 또 다른 의미에서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이끈다”며 “독서와 놀이는 선택을 기반으로 하는 고교학점제(2025년), 생각과 지식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2028학년도 새로운 대입제도의 근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이어 “아이들이 잘 놀고 잘 읽는 교육 환경을 바탕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교육, 다양한 생각이 존중 받는 교육을 이루어내면 아이들은 100세 시대에도 독립된 삶의 주체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고 살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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