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모드 李 이번엔 '탈(脫)여의도'.."지지율 상승?보름이 고비"

오현석 2021. 11. 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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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전 국민 대전환 선대위' 회의에서 이재명 대선후보가 청년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회의엔 당 지도부 대신 청년 창업가와 신혼부부 등 일반 청년들이 참석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쇄신 전권을 위임받은 이재명 후보가 ‘탈(脫) 여의도’를 내세웠다. 이 후보는 22일 오전 국회 본청 당 대표 회의실에서 취업 준비생과 워킹맘 등 청년 4명과 함께 ‘전 국민 선대위’ 회의를 개최했다. 이 후보는 파란색 당 점퍼 대신 회색 상의를 입고, 청년들 발언 내용을 일일이 메모했다. 매주 월요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새로운 민주당 1일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후보 주변에선 “기존 민주당의 국회의원과 선수(選數)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으로 당을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20일 충남 논산 화지시장에서의 즉석연설에서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청년·부동산 전방위 반성…“대장동 논란, 부족했음을 인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에서 참석하고 있다. 2021.11.22 임현동 기자

이날 이 후보의 주요 메시지 중 하나는 ‘반성’이었다. 이 후보는 “새로운 출발은 성찰과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은 반성하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해 “청년·서민의 고통을 가중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내로남불’ 식의 남 탓이라든지, 또는 전 세계적인 현상 등 외부 조건에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는 점도 반성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치부로 자주 지적받았던 '내로남불'을 직접 입에 올리며 반성을 다짐한 게 이례적이었다.

‘대장동 논란’에 대한 사과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국민들께서 ‘왜 민간의 저런 비리를 예방하지 못했느냐’라고 지적하신 데 대해 ‘나는 책임이 없다’라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 그 자체도 저의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또 앞으로 더 나은 변화로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날 지난 주말 충청권 방문 때 전통시장에서 본 장면을 말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95세나 되는 어르신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5천원 어치 토란 팔아보겠다고 애쓰시는 모습을 봤다”며 “저를 끌어안고 우시는 분도 봤다. 가난한 사람 좀 살 수 있게 해달라고”라고 말하던 중 울먹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후보가 이날 ‘반성’ 메시지를 앞세운 것은 “민주당 스스로 뼈를 깎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모을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 후보 주변의 설명이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지지율은 앞으로도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중요한 건 민주당의 태도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느냐 하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선 이 후보가 당내에서 가장 절박하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조사(19~20일)에선 이 후보 39.5%, 윤 후보 40%로 두 후보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앞으로 보름이 승부처”라는 말도 나온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탈(脫) 여의도’ 쇄신…청년·미래·경제 선대위 세운다

전날 당 의원총회에서 선대위 쇄신의 전권을 위임받은 이 후보는 이날 “민생·실용·개혁의 민주당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저 스스로 ‘여의도 기득권 정치’와 전혀 결이 다르게 민생·개혁이란 실적을 국민들께서 인정해 주셔서 이 자리에 왔는데, 후보 선출 후 그러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후보가 ‘여의도 기득권 정치’라는 말을 쓴 것 자체가 쇄신의 방향을 드러낸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에서 취준생,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창업자의 민생고가 담긴 '걱정 인형'을 받아 들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당 내부에선 선대위 조직을 소규모로 재편하고 집행의 속도를 높이는 쇄신안이 논의 중이다. 많게는 4~5명 달하는 공동본부장 중 책임자를 확실히 정하는 방안과 별도의 ‘별동대’ 조직을 꾸리는 방식 등이 함께 거론된다.

이날 첫선을 보인 ‘전 국민 선대위 회의’처럼 일반 국민이 참가하는 회의도 대폭 늘어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대위 회의가 국회나 당사가 아닌, 민생 현장에서 개최되는 모습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선대위’나 ‘경제 선대위’, ‘미래 선대위’ 같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부문별 상설 조직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질적으로 민심을 수렴하면서 이 후보의 ‘새로운 대한민국’ 구상을 알릴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되는 송영길 대표의 ‘2선 후퇴론’은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송 대표가 취임 이후 당 부동산 정책을 수정하는 등 ‘반성’과 ‘민생’에 초점을 맞춰온 만큼, 이 후보의 방향성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복수의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더 빠르게 수렴하자는 게 쇄신 취지인데, 아예 상층부터 당 조직 틀을 부수는 것은 구심력 자체가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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