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이준석 정말 섬뜩, 여성 피해자에 조금도 공감 안해" [스팟인터뷰]
“교제살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핵심은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이를 지적하지 말자는 건 범죄 근절을 포기하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또다시 ‘페미니즘’ 이슈로 충돌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2일 한 말이다. 두 사람의 설전은 장 의원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부터 시작됐다. 장 의원은 최근 한 30대 남성이 이별 통보를 이유로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별 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도 페이스북에 “선거 때가 되니까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적었다. 특히 이 대표는 전 남편을 살해한 여성 고유정을 거론하며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갈등화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인종차별 등 모든 차별적 담론이 이런 선동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어떤 살인 사건이든 “성 중립(gender-neutral)하게 보는 게 정답”이라는 말도 남겼다. 반면, 장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젠더기반폭력에서 대부분의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장 의원과 일문일답.
Q : 강력 범죄는 남성도 여성도 저지를 수 있다. 특히 ‘남성’ 가해자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살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폭력 범죄는 남성이 가해자로, 불평등한 젠더 의식을 기반으로 벌어진다. 여전히 여성을 소유물로 인식하고, 심지어는 ‘나를 거역하면 죽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 차원에서도 이런 범죄를 ‘젠더기반폭력’(Gender Based Violence)이라 명명해온 것이다. 이처럼 범죄의 핵심적인 특징에 대한 분석을 하지 말자는 건, 범죄 근절을 포기하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Q : 그래도 남성에 대한 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A : 중요한 건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는 죽은 사람의 억울함이 아니라, ‘그거 내 잘못 아니야’라고 부인하는 사람들에 이입하고 있다. 논점을 ‘젠더기반범죄 근절’이 아닌, ‘남성에 대한 차별’로 돌리는 것 자체가 이 대표가 피해자의 죽음에 조금도 공감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정말 섬뜩한 사람이다.
Q : 이준석 대표의 주장에 많은 2030 남성들이 공감하는 것이 현실 아닌가.
A : 2030 남성들을 괴롭히는 건 ‘여성’이 아니라 ‘기득권’이다. 이들의 분노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불평등 해소를 얘기해야 하는데, 이 대표와 같은 정치인들이 청년 남성들의 역성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분배 문제로부터 이목을 돌리고 있다.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움직임 때문에 청년들이 엉뚱한 곳에 힘을 낭비하고 있다.
Q : 정의당이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게 선거에서 득표에 방해된다는 우려도 있다.
A : 페미니즘은 ‘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땐 모든 후보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인데, 5년 사이에 페미니즘에 대한 부당한 낙인들이 너무나 많이 덧씌워졌다.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당의 기치는 확고하다. 성 평등을 내세우는 게 득표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정의당이 ‘성 불평등’을 내세우며 타협할 수는 없지 않겠나.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타이슨, 경기 전 힘빼려 탈의실 성관계···상대 선수 죽일까봐"
- 에이핑크 박초롱 학폭 반전…폭로자가 협박 혐의로 송치
- 중앙일보 - 네카라쿠배 성장의 비밀
- "마치 UFC 같았다" 안동·예천 고교 '짱'들 집단 난투극
- "핫도그나 접어" 조롱받던 삼성...2년 만의 반전, 88% 거머쥐었다
- 13.2%→0.5%P 격차 줄었다…1주새 이재명·윤석열 무슨일
- 서현숙 백신 부작용 호소…마지막 1줄이 논란 불렀다
- 전복사고 9개월만에 풀스윙...전세계 열광케한 우즈 2초영상
- "영화 같았다"…명품매장 순식간에 턴 80명의 떼도둑
- 손흥민 혼신의 90분…"Go Sonny!" 노마스크 6만명이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