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조장", "합리적 결정" 박형준-시의회 충돌

김보성 2021. 11.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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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공기관장 임명 강행 논란 계속.. 본회의 첫 긴급현안 질문

[김보성 기자 kimbsv1@ohmynews.com]

 부산시의회가 300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최근 부산교통공사, 부산도시공사 두 공공기관장 임명 강행과 관련해 노기섭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오른쪽)이 박형준 부산시장(왼쪽)을 상대로 긴급현안질문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박형준 부산시장의 첫 공공기관장 인사권 행사를 둘러싸고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22일 300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개원 이후 처음으로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박 시장을 비판했다. 반면 박 시장은 "합리적 근거를 갖고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맞섰다.

부산교통공사·도시공사 인사 후폭풍, 본회의 설전

이날 안건 심의에 앞서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은 본회의장에 출석한 박형준 시장을 향해 공개 발언을 자청했다. 신 의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부산시의회 인사검증특별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결정은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판단한다. 더는 시의회 인사검증의 진정성, 순수성을 폄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박 시장의 결자해지를 주문했다.

사실상 질책에 가까운 발언이 끝나자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날 2022년도 예산안 제출 관련 시정연설을 통해 '의회 달래기'에 나섰다. 박 시장은 "여야정 생생협의체 구성과 장기표류사업에 함께 해결하고 있으며, 이제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시의회에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14조 원에 달하는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갈등의 골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질의응답은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부산시의회는 개원 후 첫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1시간 넘도록 박 시장의 기관장 임명 강행 논란을 짚었다. 부산시의회 회의규칙 73조 3은 시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으로 회기 중에 긴급히 발생한 중요 현안이나 사건을 대상으로 시장에게 질문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기섭 시의원은 박형준 시장을 답변대로 불러 박 시장의 인사권 행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인사검증 확대 협약에도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노 의원은 "이럴 거면 왜 인사검증 확대 협약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시장님이 임명한 두 분은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다.
 
 부산시의회가 300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최근 부산교통공사, 부산도시공사 두 공공기관장 임명 강행과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을 상대로 긴급현안질문을 펼치고 있다.
ⓒ 부산시의회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사장으로 임명된 분들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역량을 갖춘 분으로 두 분의 지난 업무성과에서 (이 부분이) 충분히 검증됐다"라며 "지적한 도덕적 흠결에 대해서는 인사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부적격 의견 수긍하기 힘들고, 합리적 근거를 갖고 인사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시민의 의견 묵살한 오만한 시장, 즉각 비리 관련 후보자 사퇴시키고 시민 앞에 사과하라... 시의회 인사검증 무력화' 등 2018년 오거돈 시정 당시 국민의힘에서 낸 자료를 소환했다. 그는 "2명이 사퇴할 때 오히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라며 "이 상황은 지금도 맞아떨어진다. 국민의힘과 박 시장이 이중적,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시의회 추천 인사가 포함된 임원추천위원회 과정을 거쳤고, 부적격 사유에 대해 일일이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부적격 수긍 안 돼" vs. "인사검증 확대 왜 했나"

정치적 프레임 논란을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민주당의 곽동혁 시의원은 "지금 상황을 보면 두 사람이 마주보면서 누가 핸들을 꺾을 것인지 자존심을 건 치킨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임명 강행 저항에 정치적 공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브레이크를 파열시키거나 핸들을 뽑아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곽 의원은 "지금 이런 상황을 부산시가 만들고 있다"라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박 시장의 대답은 또 다른 설전을 불렀다. 박 시장은 "부적격 의견에 대해 저 스스로 설득할 수 있었다면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납득이 되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곽 의원은 "그게 틀렸다는 것이다", "지금 보이는 것은 마치 치킨게임을 벌이고 나는 직진할 테니 당신은 꿇으라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는 의미"라고 발언 강도를 더 높였다.
 
 부산시의회가 300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최근 부산교통공사, 부산도시공사 두 공공기관장 임명 강행과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을 상대로 긴급현안질문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이에 반해 박 시장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은 두 기관장 임명을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홍 국민의힘 시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끌고 와 공세를 펼쳤다.

김용학 부산도시공사 신임 사장이 과거 인천도시개발공사 임기를 마치지 않고 다른 공기업에 공모한 것을 부적격 사유로 삼아야 한다면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에서 중도 사퇴한 것도 문제가 된다는 비유였다. 그는 "시의회가 별문제도 아닌 일을 비판하고 정치적 반대, 시정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지역 시민의 우려가 크다"라고 비난했다.

윤 의원은 "인사검증을 해본 결과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배제 원칙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다. 결정적 도덕적 흠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성 경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라며 박 시장 결정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윤 의원은 공공기관의 한 축인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갈등 해소 노력과 시장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 긴급현안질문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두 공기업 노조는 부산시에 실망감을 내비쳤다. 본회의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서영남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전문성도 없고, 공정성도 없는 인사를 한 것인데 계속 맞는다고 하니 대화가 안 된다는 느낌 받는다"라고 말했다. 

조준우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부산도시공사 지부장도 "설득이 안 돼서 부적격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는 건 본인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고르겠다는 의미인데 양사 노조도 납득이 안 된다"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부산지하철, 부산도시공사 노조는 부산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부공노협), 부산공공성연대와 협의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응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두 노조 대표는 오는 24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박 시장의 임명 강행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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