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윤석열, 굿바이?.. 국민의힘 '3김 체제', 시작부터 삐걱
[곽우신, 조선혜, 박현광 기자]
▲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 오마이뉴스 |
'3김 체제'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앞서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원 톱'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앉히겠다고 밝혔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관련 기사: 윤석열X김종인 크로스... 김한길 "몽골기병처럼 진격").
이때까지만 해도 선대위 구성을 두고 연일 내홍에 휩싸였던 국민의힘이 수습 국면에 들어서는 것으로 보였다. 선대위 '개문발차' 시계가 가까워졌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하지만 22일 들어서 상황이 다시 급변하기 시작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생각할 시간을 하루 이틀 더 달라'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지며, 김 전 위원장의 숙고를 두고 여러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관련 기사: 김종인, 윤석열 선대위 합류는 아직이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일산 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1 케이-펫페어(K-PET FAIR)일산' 행사장을 둘러본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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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상임선대위원장에, 이양수 대변인을 선대위 수석대변인에 임명하는 안을 결정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숙고에 들어간 데 대해 윤석열 후보는 "최종 결심을 하면 그때 안건을 올리도록 하겠다"라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 "저도 잘 모르겠다"라고 답을 피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합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 김종인 전 위원장 설득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여러분께서 취재해보시라. 저도 정확히 모르겠다"라고만 말했다.
급기야 <쿠키뉴스>는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전격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후보 측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에게 하루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한 것에 대해 윤 후보가 이를 거부하고 김한길·김병준 위원장 체제로 가기로 전격 결심했다"라는 게 기사의 요지였다. <국민일보> 역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자신이 '3김'으로 묶여 보도되는 데 대해 격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합류를 거부했다는 데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윤 후보 역시 이날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았으나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대신 기자들 앞에 선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누가 거부했다는 건지 정확하게 이해 못하겠더라"라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을 제외하고 김병준 전 위원장의 임명안만 올린 데 대해서도 "어제(21일) 저녁에 김종인 전 위원장께서 후보께 직접 말씀드린 게 아니고 제3자를 통해서 '조금 늦춰줬으면 좋겠다. 내일 최고위원회에 안건을 부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신 걸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만약에 그 안건 전체를 부의하지 않으면 김병준 전 위원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김병준 전 위원장 안은 오늘 처리를 하고, 김종인 전 위원장 안은 위원장이 원하시는대로 하루 이틀 정도 더 있다가 의논하는 걸로 그렇게 결정이 된 것이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재고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라며 자세한 답을 피했다. 다만 "지금 거부라든지, 격분이라든지 이렇게 상당히 자극적인 단어들이 사용되는데, 실제로 (김종인 전 위원장이) 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추측"이라며 "사실과 다르다"라고 관련 보도들에 반발했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 간의 추가 만남은 "아직까지 예고된 바 없다"라면서도, 합류 자체에 대해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그렇지(합류하지) 않으면, 어제(21일) (윤석열 후보가) 그렇게 발표하지 않으셨다"라고 못 박았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발표할 일은 없다"라는 설명이었다.
▲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씨 빈소를 조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당 내부의 기류도 엇갈리고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미 검증된 분"이라며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두려워하는 쪽에서 의도적으로 갈등을 부풀리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했다. 해당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하루 이틀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해서, 합류가 무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윤 후보자 역시 김 전 위원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다른 초선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의 합류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라며 "당 지지율도, 후보 지지율도 나쁘지 않으니 '김종인 없어도 이길 수 있다'라고 판단이 선 것이다. 굳이 당을 불편하게 만드는 김 전 위원장을 불러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트리려는 이들이 당을 망치고 있다"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들로부터 더 신뢰받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점에서 답답하다. 예우를 갖추어 모셔 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지난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아니었으면 못 이겼다"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아웃'되면 진짜 큰일난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파리 떼'들이 문제"라며 "자꾸 후보 옆에서 부추기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본인이 처음 요구하고 주장한 선대위의 디자인 자체를 윤석열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갈등의 원인을 짚었다. 그는 "이대로라면 김종인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오지 않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두 사람 다 자기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참여를 안 하겠다고 하더라도 선대위를 계속 늦출 수는 없다.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선대위를 두고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게 국민들이 보기에 좋지 않기 때문"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정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이기고 있으니, 여러 사람을 불러 통합형으로 선대위를 구성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김 전 위원장의 중요성을 낮추고 있다"라며 "후보 본인보다 주위에 있는 참모들이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겠느냐"라고도 꼬집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이나 김한길 전 대표나 상징성은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다 옛날 사람들이고 자신이 소속된 당을 침체시켰던 사람들"이라며 "선거는 전투 내지 전쟁이고, 수직적인 지휘 체계와 그걸 보장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핵심이다. 자리만 놓고 보면 김종인 '원 톱'이 맞지만, '신3김' 등의 보도가 나오니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현재 국민의힘 선대위는 엄청 화려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속이 전혀 없다. 인물도, 정책도, 이념좌표도 실종된 상태"라며 "내부의 각종 파이프라인들이 각자의 '라인'을 꽂으려고 하면서 내부 권력 투쟁 성격을 띄게 됐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선거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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