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기술 이전 '오커스'까지 문 연 美..차기 대선 주자 '숙제' 나왔다

박현주 2021. 11. 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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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영국, 호주와 결성한 3자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한국 차기 정부가 당면할 수 있는 안보 사안으로 떠올랐다. 당장 차기 대선 주자들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오커스 ‘확장판’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오커스 출범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쿼드ㆍ파이브아이즈 이어 '오커스'도 확대 시사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평화연구소(USIP)와 진행한 대담에서 오커스는 “개방형 구조”(open architecture)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시아와 유럽 내 다른 나라가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커스가 지난 9월 출범한 후 미국이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어 "미국이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중국을 속 쓰리게(heartburn) 한다는 점이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으로 분명해졌다"며 "중국을 가장 속 쓰리게 하는 건 오커스,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 협의체) 같은 다자 협의체나 미국이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과 양자 안보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커스는 국방ㆍ안보 분야 기술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범 당시 호주는 미국으로부터 핵 잠수함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는데, 이보다 앞서 호주와 디젤 잠수함 기술 이전 계약을 했던 프랑스가 "뒤통수를 맞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이 핵 기술 이전에 나선 건 1958년 영국에 핵 잠수함 기술을 이전한 뒤 63년 만에 처음이다. 비확산 체제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는 미국이 비핵국가인 호주에 핵 기술 이전 결정을 한 건 그만큼 대중 견제를 중요한 안보 과제로 설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협력의 속도도 빠르다. 오커스 3국은 22일(현지시간)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마이클 골드만 호주 주재 미국 대사대리, 빅토리아 트리들 호주 주재 영국 고등 판무관과 만나 ‘해군 핵추진 정보 교환 합의’에 서명했다고 알리며 "이 합의로 호주가 민감한 핵추진 잠수함 기술에 공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쿼드가 대중 견제에 다소 소극적인 인도 등으로 인해 발전이 다소 제한된다고 보고, 군사 분야 협력을 위해 오커스를 본격 출범시켰다"며 "미국은 오커스를 대규모로 확장하는 대신, 지리적ㆍ군사적으로 역량이 되는 국가 중심으로 확장할 것이며 결국 한국, 일본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의 5개국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를 한국ㆍ일본ㆍ인도ㆍ독일까지 포함해 확대하자는 구상도 미 의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김상선 기자. 중앙DB.


대중 견제 협력 수위, 차기 주자 '숙제'로


이처럼 미국이 자국 주도의 소다자 안보 협의체에 대한 확대 구상을 꾸준히 내비치는 건 사실 현 문재인 정부보다는 차기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내년 5월 임기가 종료하는 현 정부에 급박하게 선택지를 내밀기보다는 더 길게 호흡을 맞출 신정부의 대중 견제 동참 의사를 확인하는 데 더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방한 중인 지난 11~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각기 만나 직접 후보들의 동맹관 등을 파악하기도 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구상하는 대중 견제 연합전선에 얼마나 동참할지가 차기 정부에서 한·미 동맹의 층위를 판가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방부에서 한반도 업무 등 아시아ㆍ태평양 정책을 담당하며 동맹 현안을 직접 다뤘던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아태 차관보(2018년 1월~2019년 12월 재임)는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ㆍ미 전략포럼에서 "한국은 오커스 신설 과정에서 프랑스처럼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 경쟁 관련 결정을 내릴 때 한국의 중요성이 간과되지 않길 바란다"면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오커스를 신설하고 쿼드 확대를 검토하는 등 효과적인 대중 견제 방안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은 '진짜배기 동맹'을 선별하려고 하는데, 한ㆍ미 동맹이 앞으로도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선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선 주자들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현 정부가 쿼드 등에 대해 "가입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사안별로 협력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계속 반복하는 만큼 그 범위 안에서 각자의 구상을 녹이는 정도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쿼드는 워킹그룹에 더 참여해야 하며, 파이브 아이즈는 협조 체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오커스와 관련해선 "(한국에) 핵 추진 잠수함이 당장 필요하지는 않다"며 다소 선을 긋는 입장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7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쿼드와 관련해 가입국 중 하나인 인도의 사례를 들며 "인도는 개방주의적 입장으로 쿼드에 참여했다"며 "애매하게 (쿼드에) 들어가 있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중앙DB.


내년 봄, 대선 코앞에 바이든 방한?


한편 내년 대선 전후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방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캠벨 보좌관은 이날 대담에서 "일본이 내년에 쿼드 정상회의를 주최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21일 "내년 봄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할 경우 통상 한국과 일본을 함께 방문한다. 쿼드 정상회의가 몇 월에 열릴지는 아직 조율 중이지만, 한국 대선 시기와 맞물려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대선 직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그 자체로 여당에 유리할 수 있고, 정상들이 만나 이견이 표출된다면 오히려 야당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역시 이런 정치적 민감성 등을 고려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바이든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국 방문이라든지 그런 부분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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