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 목청 올리는 이준석 정치적 영토 '이대남' 챙기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불거진 경찰공무원 관련 두 개의 이슈를 놓고 다시 ‘안티페미니즘’을 전면에 들고 나왔다. 대표 선출 후 젠더갈등과 관련해 강경발언을 자제해왔지만, 최근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당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영토인 ‘이대남’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발단은 2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페이스북 메시지였다. 장 의원은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가해자로부터 살해당한 사건을 거론하며 “이별 통보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선거 때가 되니 또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전 남편을 살해한 여성 고유정을 예로 들며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갈등화하려고 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장 의원뿐 아니라 이 대표와 페미니즘 이슈를 놓고 잦은 설전을 벌여 왔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비판을 쏟아냈다.
장 의원은 “이 대표가 안티페미 선동을 할수록 좋아하는 건 젠더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고 죽어가는 여성들”이라고 말했고, 진 전 교수는 21일 “국민의힘의 ‘이준석 리스크’ 현실화”라며 “공당의 대표가 이제 ‘교제살인’까지 쉴드 치고(보호하고) 나서나. 국민의힘 대선은 얘(이 대표)가 다 말아먹을 것 같은 예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세 건의 게시글을 연달아 올리며 “데이트 살인의 동기는 여성을 독립적 인격이 아니라 소유물로 바라보는 ‘젠더’에 있다. 공당의 대표라면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대표는 여성 경찰이 흉기난동 현장에서 이탈해 논란을 빚은 사건과 관련해선 21일 “내일(22일)아침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공무원의 직무수행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두고 일부 남성중심 커뮤니티 등에서 ‘여경 선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옹호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실질적인 치안력 확보 문제로 국민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어느 대선후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 대표에게 2030 정책에 대해)일임할 건 일임할 것”이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언론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제 역할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2030세대를 위한 정책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표가 최근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존재감이 떨어지자 자신의 역할을 ‘청년 포섭’ 이상으로 부각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2030 남성층으로부터 ‘준스톤’으로 불리며 팬덤을 갖고 있는 이 대표가 최근 ‘안티페미니즘’ 전선에 다시 서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진 전 교수는 21일 “당무우선권이 넘어 간 상황에서 ‘안티페미’ 마초들 지지가 필요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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