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OECD 회원국 중 부동산 세금 비율 1위?

김소연 2021. 11. 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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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회원국 평균 1.9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한국
2020년 더 올라 4.43%..영국 4.48%, 프랑스 4.13%

# 3주택자였던 A씨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말, 한 채를 매각하고 양도세 5억원을 냈습니다. 종부세를 줄여보려고 가장 집값이 높은 한 채는 법인 전환을 했는데 ‘7·10’ 대책으로 의미 없어졌습니다. 정부가 법인명의 주택 구매를 규제한다며 세금 폭탄을 투하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올해 종부세로만 8000만원가량을 부담하게 생겼습니다.

“한 채는 30년 전 싸게 샀고, 그 아파트 전세금 받아 현재 거주하는 집을 사서 20년째 살고 있다. 세 번째 집은 월세 받아 노후자금에 보태볼까 퇴직금 털어 2015년에 전세 끼고 매매했다. 30년 넘게 외벌이 직장 생활하면서 알뜰하게 모아 노후에 편하게 사는 게 일생의 꿈이었는데, 소득도 없는 지금 보유세만 1억원을 내라니 분통이 터진다. 다행히 한 채 매각자금으로 당분간 보유세를 부담할 수 있겠지만, 그다음은 캄캄하다. 남들은 한 채 더 팔라는데 양도세 내고 전세금 돌려주면 남는 게 거의 없어 그것도 쉽지 않다.”

# 서울에 공시지가 18억원과 6억원짜리 집 두 채를 단독명의로 갖고 있던 B씨는 지난해 증여 취득세가 높아진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6억원짜리 집을 부인 5억원, 딸 5000만원, 아들 5000만원으로 잘게 쪼개 증여했습니다. 공제 한도 내 증여라 증여세는 한 푼도 물지 않고 2400만원의 취득세만 냈습니다. 올해 두 집의 공시지가는 각각 20억원과 6억300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증여를 하지 않았다면 B씨가 올해 내야 했을 종부세는 5000만원이 넘었겠지만,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한(?) 덕에 13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금은 증여 취득세가 워낙 높아져 뜸하지만, 지난해 여름까지 이 같은 쪼개기 증여가 꽤 있었다”고 귀띔합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월 17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를 매수·매도한 법인과 외지인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인의 아파트 매매·매수 비율이 지난해 ‘6·17 대책’ ‘7·10 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두 차례 규제를 통해 법인의 부동산 투기를 원천 봉쇄하겠다며 큰소리쳤지만 전혀 먹히지 않은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과도한 징벌적 부동산 세금에 고통받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고, 두 번째는 부동산 세금을 줄이기 위해 행해지는 괴상한 모양새며, 세 번째는 부동산값을 잡겠다며 온갖 세금으로 묶어두고도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작금의 상황입니다.

지금 한국은 단어 그대로 ‘부동산 세금 공화국’입니다.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세금 비율은 4.05%(2018년 기준)로 OECD 회원국 평균(1.96%)보다 두 배 이상 높답니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영국(4.48%)과 프랑스(4.13%)뿐이라네요. 2020년에는 더 올라 4.43%가 되었다니, 조만간 세계 1위 자리에 우뚝 설 기세입니다. 과연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부담할 만한 나라인지, 이런 상황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의문부호를 붙이고 싶습니다. 결과는? 그로 인해 양쪽으로 쪼개져 절대 만나지 못할 평행선이 된,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국민만 보입니다.

[김소연 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5호 (2021.11.24~2021.1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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