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리떼 더 끓을수록 좋다 [정기수 칼럼]

데스크 2021. 11.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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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선대위 3金 체제는 신선함 태부족한 그 나물에 그 밥
중도, 청년, 여성, 과학, 약자 대표 상징적 인물들 내세워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김 전 대표의 사무실에서 회동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원팀 합류는커녕 윤석열에게 저주와 악담 퍼붓기를 멈추지 않는 홍준표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 선대위 지도부 3金 체제 확정에 잡탕밥이라고 메뉴 이름을 정한 건 이유가 있다.


올드 보이 같은 나이와 관련된 용어를 쓰면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만 67세에서 한 달이 부족한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부한 레토릭을 인용하면서 대선 3수(修) 의지를 일찌감치 천명했다. 지난 주말 79세 생일을 맞은 미국 대통령 바이든도 82세가 되는 다음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다.


그러니 나이 가지고 뭐라 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 험담이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 아닌가? 60대면 아직 팔팔한 청년이고 70~80대는 21세기 중후반에는 장년(壯年, 한창 기운이 왕성하고 활동이 활발한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나이)으로 불릴 수도 있다.


세상모르는 젊은이들이 70~80대도 아니고 60대에게 조차 노인이니 올드 보이니 하는, 버릇없는 말을 하면 언론에서 이젠 나무라야 옳다. 그들도 곧 60대가 된다. 그때는 아마 60대는 옛날 10대라고 설치게 될지도 모르니 입조심해야 할 일이다.


설령 ‘올드 보이’들의 몸뚱이 연령이 늙었다 하더라도 그 머리는 대부분의 경우 전혀 늙어 있지 아니하다. 오히려 지식과 경륜, 지혜가 꽉 차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나이다. 이걸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는 비슷해도 그런 정도의 내공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함부로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올드 보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윤석열은 정치에 막 발을 들여놓은 자신의 약점 보완을 위해 경륜과 지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웬만한 건 자신도 있고, 보수 제1야당에서 험한 꼴 당하며 경선을 통과하느라 경험과 맷집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결정적 위기가 닥쳤을 때 전투를 지휘하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백전노장이 간절했을 것이다.


김종인(81)이 아무리 뇌물 받아먹은(사리사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자금과 관련된 수수라 하지만) 전과자이고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권력 창출 기술자, 거간꾼이란 오명(汚名)이 붙은 인물이라 해도 윤석열이 처음부터 수석 코치로 점 찍어놓고 요지부동(搖地不動)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정계 입문할 무렵 어쩌면 그에게 ‘출마할 경우 중요한 역할을 꼭 해주시라’라는 총사령관 부탁 겸 고용(?) 약속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 언약을 ‘사람 좋은, 서울대 출신 모범생’ 윤석열은 안 지킬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측이다. 경선 승리 후 선대위 구성이 진통을 겪는 동안 보수 진영의 영향력 높은 논객들은 백이면 백 김종인에게 비판적이었고, 그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인 윤석열에게 “후보가 왜 자기 부하가 될 사람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선대위원장은 총괄이든 무엇이든 다 후보 밑에 있으며 결국 후보가 최종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였다.


윤석열이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친노반문)이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 김병준(67)을 상임선대위원장에 앉히고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한길(68)을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장으로 고집한 건 그런 비판과 불만을 수용한, 윤석열다운 ‘잡탕밥’이다. 그들이 외연 확장과 호남 등 반 보수야당 세력과의 통합에 얼마나 힘을 발휘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나이는 문제가 안 되어도 이름이 별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론에선 높이 평가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다.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는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는 정치인에게 점수가 후하지 않다. 윤석열의 국민의힘 당적은 처음이고 유일한 것이다. 그런 때 묻지 않은 신인이 탈당과 입당, 신당 창당, 복당 횟수가 셀 수 없는 ‘철새 올드 보이’들을 코치로 영입했다.


그러나 그 나물에 그 밥도 쓸 데는 있다. 파리떼다. 김종인이 윤석열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자리나 이권을 보고 몰려드는 무리로 매도한 그 곤충들 말이다. 보수 지지자들 마음속에 신선함이 태부족하다 못해 상한 음식에 자발적으로 몰려드는 사람들과 설득해서 끌어들일 사람들로 그 신선함의 부족을 채우면 되는 것이다.


윤석열 경선 캠프 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전 김대중 정부 과학기술부 장관 김영환(66, 4선)은 엊그제 페이스북에 보완해야 할 그 파리떼 후보들로 중도, 장청, 여성, 서민, 과학 분야들을 열거했다. 김영환 자신도 여야를 넘나들고 탈당, 창당 등을 복잡하게 해온 ‘철새’이며 60대 후반 ‘올드 보이’에 캠프 초기에 제 발로 아무 타이틀도 없이 들어가 무턱대고 윤의 경선 승리를 위해 일을 시작한 ‘파리떼’ 중의 한 사람이다.


이번 주부터 한 사람 한 사람 나오게 될 선대위 중간 리더들에는 보수우파 지지자들을 비롯한 국민 다수, 특히 이 시대에 고통 받고 있는 젊은 사람들과 실업자, 자영업자 그리고 나라의 미래 경제와 과학 발전을 위해 밤을 새우고 있는 일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름들이 등장하길 바란다. 국민들은 그들 이름에서 윤석열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김종인은, 또 김한길이나 김병준도 국민들은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은 뒤에서 윤석열을 도우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마이크 잡고 국민 앞에 나서는 화면은 될수록 적어야 하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로서 민주당 후보 이재명의 날탕 퍼주기 포퓰리즘을 명쾌한 이론으로 반박, 그를 꼼짝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다 부친의 땅 투기 의혹이 일어나 국회의원 직을 내던지고 대선 국면에서 사라졌던 윤희숙 같은 초선이 그 마이크를 대신 잡기를 많은 지지자들은 원한다. ‘대장동 1타강사’라는 별명을 얻은 원희룡도, ‘조국수홍’이란 기발한 조어를 개발하는 감각의 소유자, 젊은 하태경도 마이크를 자주 잡을수록 좋다.


윤석열은 그 나물에 그 밥인 밥상을 위 당내 청장년 인재들과 당밖의 다른 참신한 파리떼들이 끓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차렸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시험대에 올라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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