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정치 인플루언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한 헌법상 유일한 기관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기관으로 발돋움한 건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 6월 헌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규정했다. 한국공법학회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헌법적 역할과 과제에 관한 연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에 규정된 것은 3·15 부정선거를 겪고 그에 대한 반성적인 의미였다고 할 수 있다”고 적었다.
3차 개헌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1960년 헌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 6장에 편제했다. 5장 정부와 7장 사법부 사이에 둬 격을 높였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여 선거 관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공정한 선거관리는 민주주의의 뿌리지만 선거관리기구가 헌법기관으로 독립하기까지 순탄한 길을 걸어온 건 아니었다. 해방 후 최초의 선거관리기구는 1947년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이 제정한 법률 5호 입법의원의원선거법(立法議院議員選擧法)에서 처음으로 규정했다. 행정 수반이 선거일 80일 전에 중앙선거위원회를 조직하도록 했으나 이는 작동하지 못했다. 제2차 미소 공동위원회와 남북 협상이 결렬된 후 남한 지역에서만 총선거를 치렀고 단독정부를 수립해서다.
제헌의회는 국회법·정부조직법 등 여러 법률을 제정했는데 국회의원 선거법도 이 과정에서 만들었다. 법에 따라 내무부 산하에 중앙선거위원회가 설치됐다. 내무부 소속 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기관으로 독립하는 데 10년이란 세월이 걸린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지난 15일 진중권 전 교수가 쓴 이재명 후보 관련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보도한 7개 매체에 ‘주의’와 ‘공정보도 협조요청’을 결정했다. ‘이분이 실성하셨나’ 등이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유튜브·SNS와 같은 개인 미디어 발전으로 정치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확장하는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의 고심도 클 것이다. 그럼에도 결정은 성급했다. 주의 조치한 글보다 훨씬 더 감정적인 네거티브 정당 논평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나아가 정치 인플루언서의 의사 표현 자유는 직업 정치인의 그것과 동등하다.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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