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커리어 그리고 가정
“내가 얼마쯤 벌면 전업 육아가 가능하겠어?” 며칠 전 아내가 물었다. 신혼인 우리는 1~2년 뒤 아이를 가지려 하고 연봉은 비슷하다. 다른 상황은 가정할 수 없다는 전제로 액수만 답하라 했다. 부부 연봉 합인 ‘두 배’라 답하면 경제적으로 같은 상황이지만 “최소 세 배”라 답했다. 일이 주는 효능감, 경력단절 보상 같은 걸 떠올렸다. 그제야 아내는 “최근 친구가 남편으로부터 출산하면 퇴사하고 육아를 하면 어떠냐는 말을 들었다”며 반대 경우를 떠올리다 물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경력단절, 육아를 위한 퇴사를 걱정하거나 상상해본 적 없다. 아내는 아니었다. 또래 여성들은 결혼·출산·커리어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했다. 사실, 지금 연봉의 3배를 더 받을 가능성을 따져보면 아내가 더 높다. 좋아하는 기자 일을 계속한다면, 연봉 세 배는 오지 않을 미래다. 반면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아내는 이직, 성과급, 스톡옵션 등을 잘 활용하면 언젠가 이 목표를 달성할지도 모른다. 단, 경력단절을 안 겪는다면.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면 내가 퇴사하는 게 맞는데 불안은 아내 몫이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 따르면 대학 졸업 직후 남녀 임금 수준은 비슷하다. 성별 소득격차는 작고, 남녀가 택하는 전공·취업분야 차이로 대부분 설명 가능하다고 한다. 10년쯤 지나면, 상당한 남녀 소득격차가 드러난다. 비슷한 출발을 한 남녀는 다른 노동 시장·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이 변화는 출산 1~2년 뒤 시작돼 대부분 여성 커리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종종 점심시간, 여자 선배나 취재원들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나 육아를 맡아주는 분의 전화를 받는 모습을 봤다. 이들은 가정과 일터 모두에 항시 대기 중인 것 같았고 새삼 대단해 보였다. 물론 최근 남성도 휴직을 사용하는 등 육아에 적극 동참하지만, 회사 남자 선배들이 육아 휴직을 쓰기 시작한 건 불과 5~6년 전이다. 여전히 남성 육아 휴직은 일부 언론사·기업에서 ‘커리어 포기했냐’는 낙인이 붙고, 지역 중소기업선 ‘빛 좋은 개살구’라 한다.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는 개인의 결단 대신 정부와 노동 시장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골딘은 성 평등과 부부간 공평성을 위해 시간 통제가 가능한 ‘시간 유연성 있는 일자리’를 택하도록 노동·돌봄 시스템 개선을 주장한다.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나 성 차별 담론을 넘어 통계적 분석과 대안을 내놓은 건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30대는 커리어-가정을 두고 고민한다. (비)결혼, (비)출산은 고민 끝에 내린 주체적 선택이다.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대선후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출산 여부와 성별로 편 가르지 않고 2030 표심을 잡을, 임금 격차·저출산을 해결할 실마리가 담겨 있을지 모르니.
여성국 탐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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