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 선대위..빅텐트의 꿈

오병상 2021. 11. 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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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1.11.15/뉴스1

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1일 선거대책위원회 지휘부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진통 끝에 3김 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전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새시대준비위원장입니다.

2. 진통이 상당했던 이유는..세 사람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 사람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각자 이력을 보면 한국 정당사가 다 거론될 정도입니다. 수십년에 걸쳐 여러 정당을 오가면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더욱이 세 사람은 모두 전략ㆍ기획ㆍ정책 등 머리를 쓰는 책사들이라 각자 소신과 고집이 강합니다. 나이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강하게 부딪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3. 가장 중요한 사람은 원톱 총괄선대위원장 김종인(1940년생)입니다.
여야를 오가며 총선과 대선을 모두 승리로 이끈 최고의 선거전문가입니다. 지난 4월 서울ㆍ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어 압승한 비대위원장이기에..국민의힘에 막 입당한 정치신인 윤석열 입장에서 꼭 필요한 전략가입니다.
김종인은 성격도 강하지만, 그간의 성적으로 실력을 입증했기에..자신에게 전권을 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4. 그런데 윤석열의 생각은 다릅니다.
다양한 세력을 끌어들이는 ‘빅 텐트(Big Tent)’를 꾸리고 싶어합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 다양한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조직구축’이 여론수렴과 득표전략에 좋다는 겁니다. 물론 ‘권력을 나눠주어야 관리하기 쉽다(Divide and Rule)’는 점도 고려했을 겁니다.

5. 그런 차원에서 윤석열의 ‘김종인 견제용 카드’가 김병준(1954년생)입니다.
김병준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가장 보수적인 행정학자였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말기 총리에 내정되기도 했습니다. 김종인의 경제민주화에 반대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김병준은 지난 4월 SNS에서‘윤석열 후보가 뇌물 받은 전과자와 손 잡을리 없다’며 김종인의 치부를 건드렸습니다.

6. 김종인의 전과는..1992년 총선 당시 동화은행으로부터 2억1000만원을 받은 사건입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김종인은 여당에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창구역할을 맡았습니다. 정치관행이었다지만..가인 김병로(초대 대법원장)의 손자임을 자부해온 김종인에겐‘할아버지 뵐 면목이 없다’는 ‘악몽’입니다.

7. ‘전권’을 요구해온 김종인 입장에서, 하물며 김병준과 권력을 나눈다는 건..극혐에 해당됩니다.
윤석열이 쉽지않는 두 사람의 대치를 풀어냈습니다. 20일 김병준의 손을 잡고 김종인을 찾아갔습니다.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아마 김병준이 김종인에게 사과하고, 윤석열은 김종인에게 ‘전권부여’‘후속인선’등 몇가지를 약속했을 겁니다.

8. 김종인은 ‘평생 자리 달라고 청탁하거나 잘보이려 노력해본 적 없다’고 자랑합니다.
사심이 없기에‘일을 하기위해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오만이 아니다’고 주장합니다. 윤석열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을 겁니다. 윤석열이 요구의 대부분을 받아들였기에..김병준과의 동행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9. 김한길(1952년생)의 경우도 김종인과 관계가 좋지 않지만 덜 민감합니다.
김한길이 맡게될 새시대위원회는 김종인 관할 선거대책위원회 바깥에 별도로, 후보 직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은 ‘국민의힘에 당장 함께 하길 주저하는 분들을 모시는’ 역할이랍니다.

10. 정치초보 윤석열에게 빅텐트 꾸리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우선 그림은 크게 그렸습니다. 그러나 잘못하면 홍준표의 악담처럼 ‘잡탕밥’이 됩니다. 선거운동과정 자체가 윤석열 정치리더십 시험대가 되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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