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아닌 대만'에 뿔난 中, 리투아니아 외교 관계 '격하'

2021. 11. 2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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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동유럽 리투아니아와의 외교 관계를 현재 대사급에서 대표처급으로 낮추기로 했다. 리투아니아가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사관 격인 ‘대만 대표처’를 허용한 데 대한 외교 보복이다. 대표처급은 대사나 영사가 존재하지 않는 가장 낮은 등급의 외교 관계로, 그 아래 단계는 ‘단교’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리투아니아에 있는 '대만 대표처' 사무소의 명패.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리투아니아가 수교 당시의 정치적 약속을 저버리고,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엄정한 입장과 반복된 항의를 무시하고 ‘대만’ 명의를 앞세운 대표처 설치를 허가했다는 게 이유다.

외교부는 리투아니아가 “양자 관계를 외면한, 국제적으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하며 “중국의 주권과 국제관계 기본준칙을 지키기 위해서 외교 관계를 격하한다”고 했다.

대만을 향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외교부는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나라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며 “외세의 지원을 받아 지위를 강화하고 정치적 농간을 부리는 건 결국 죽음의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대만 외교부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처’가 공식 개관했다고 발표했다. 유럽국에서 대표처 명칭을 외교적 관례에 따른 ‘타이베이’(Taipei·台北)가 아닌 국호 ‘대만’(Taiwan·台灣)을 사용해 외교 공간을 개설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리투아니아 현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자국 주재 대만 기구를 ‘대만 대표처’로 격상한 데 이어 내년 초에는 대만에 경제무역 대표처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중국은 이미 베이징에 있는 리투아니아 대사를 추방하고, 양국을 오가는 화물 열차 운행을 잠정 중단하는 등 외교적·경제 보복에 나섰다.

중국과 리투아니아와의 갈등이 향후 중국과 유럽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이미 지난 4일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운 상황이다.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만과 거리를 두어왔다. 하지만 신장 위구르 지역과 홍콩 인권 문제, 코로나19 대유행 기원설 등을 문제 삼아 중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4일 대만을 방문한 라파엘 글루크스만 EU 의원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우리는 매우 간단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라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유럽이 당신과 함께 한다”라고 강조하며 동맹관계를 구축 의지를 내비쳤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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