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풍선효과'..증여 늘고 '전세의 월세화' 심화

김원 2021. 11. 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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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세무법인사무사 앞 모습. 2021.4.20/뉴스1

22일부터 주택과 토지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고지가 시작된다. 종부세는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으로 1주택자는 공시가격 11억원, 다주택자는 1인당 합산 금액 6억원 초과이면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된다.

종합부동산세 세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선 공시가격의 기준이 되는 시세가 대폭 오른 데다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도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2~3% 상승한다. 지난해 0.6~3.2%였던 종부세율이 올해 두 배로 뛰고,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90%에서 올해 95%로 높아진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충격이 큰데,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올해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를 보유한 2주택자가 올해 납부해야 할 종부세는 5441만원에 달한다. 지난해(1941만원)보다 180% 오른 금액이다. 이렇듯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증여가 늘고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는 등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증여건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종부세율 인상 등을 통해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크게 높였다. "다주택자는 실거주하는 집을 빼고 매도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매물을 내놓는 다주택자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다주택자가 많아졌다.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증여취득세 세율을 4%에서 12%로 3배 올렸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이를 압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증여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적으로 연간 아파트 증여 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9만1866건)의 1∼9월 증여 건수(6만5574건)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지난해 1∼9월 증여 건수가 역대 최다인 1만7364건을 기록한 서울의 경우 올해는 1만804건으로 줄었지만, 매매를 비롯한 거래가 전반적으로 큰 폭 줄어들면서 증여 비중(13.5%)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올해 들어 9월까지 아파트 증여 건수가 2만1041건에 달해 같은 기간 종전 최다였던 지난해(1만8555건) 기록을 넘어섰다.

종부세 부담은 조세 전가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집을 팔지 않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5만6169건으로, 1∼11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1∼11월 월세 거래량(5만4965건)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올해 1∼11월 월세 거래 비중은 36.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직전 1∼11월 최고치는 2016년의 34.7%였다.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건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월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123만4000원을 기록해 지난해 10월(112만원) 대비 10.2% 올랐다. 특히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지난달 기준 129만4000원으로,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 117만2000원보다 12만2000원 높은 수준이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종부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임대료를 최대한 높여서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월임대료 300만원 이상인 월세 거래는 1739건으로 이 가운데 월임대료 1000만원 이상인 건도 31건이나 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높아질수록 세입자에게 이를 떠넘기는 '조세의 전가' 현상은 부동산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적인 얘기"라며 "올해 종부세 폭탄을 경험한 다주택자들의 조세 저항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생각과 달리 집을 매도하는 대신 가족에게 증여하는 다주택자 늘면서 가구 분할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택 공급난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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