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손짓만으로..역대 최고의 세리머니 보여준 KT

안희수 2021. 11.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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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가 역대 최고의 우승 세레모니를 선보였다. '팀 KT'의 원천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KT 제공

준비한 이벤트는 없었다. 뜨거운 시선과 뭉클한 손짓만으로 KT 위즈는 최고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KT는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8-4로 승리, 역대 9번째로 4연승으로 KS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1위에 이어 2021년 통합우승이다.

그동안 KS 우승 순간에는 수많은 명장면이 나왔다. 고(故) 최동원, 선동열, 김용수 등 레전드 투수들이 포수에게 안겨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한다.

2010년대 최강팀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는 미리 준비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여유와 관록을 뽐냈다. 2016년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한 두산 유희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NC 다이노스는 모기업의 게임 리니지를 상징하는 아이템 '집행검'을 모형으로 만들어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KT '맏형' 유한준은 18일 4차전을 앞두고 "따로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KT 선수들은 우승 확정 후 마운드 위에서 얼싸안는 모습만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평범했다.

하지만 연출하지 않은 진짜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쁨을 나누던 KT 선수들은 갑자기 마운드 위에 모여 1루 쪽 더그아웃을 응시했다. 팬들도 두리번거리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약 30초 후 다시 함성이 터졌다. 목발을 짚은 '둘째 형' 박경수가 유한준의 부축을 받으며 그라운드로 나선 것. KT 선수들은 "어서 오라"는 손짓과 박수를 보내며 두 선배를 맞이했다.

2021프로야구 KBO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려 KT의 8대 4 승리로 4연승을 거두며 KT의 통합우승으로 끝이 났다. KT선수들이 우승을 확정한 후 부상으로 목발을 짚은 박경수를 기다리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11.18/

박경수는 3차전 수비 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시리즈 내내 그림 같은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줬고, 3차전 5회 초 타석에서는 0-0 균형을 깨는 솔로 홈런까지 치며 KT의 1~3차전 승리를 이끈 선수다. 개인적으로는 데뷔 19년 만에 출전한 KS와 우승 도전. 하지만 이 부상으로 남은 경기 출전이 무산됐다.

키스톤콤비인 유격수 심우준은 4차전을 앞두고 "경수 형이 그라운드에서 해준 조언을 잘 생각하며 한 발 더 뛰겠다"라고 투지를 불태웠고, 강백호는 "나도 몸을 던지겠다. 선배님에게 꼭 우승을 안기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박경수 대신 선발 2루수로 나선 신본기도 "경수 형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매 순간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유한준은 4차전 내내 박경수 옆을 지켰다.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았을 때는 어깨를 토닥였고, 승리를 확정한 순간에는 포옹을 나눴다. 후배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우러질 때도 두 베테랑은 조용히 서로를 축하했다.

박경수의 등장으로 비로소 완전체가 된 KT 선수단은 두 번째 축하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박경수는 목발을 던져버리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주장 황재균과 부둥켜안고 한동안 울기도 했다. 내야 막내 권동진은 떨어진 목발을 치켜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경수는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역대 최고령 수상이자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선 최초의 MVP다. 그는 "올 시즌 MVP는 팬 여러분과 팀 KT"라는 소감을 남겼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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