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의 어설픈 근황 공개가 부채질한 펑솨이 사태

권지혜 2021. 11. 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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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오리 성폭행' 폭로 뒤 실종설 돌았던 펑솨이
21일 공개 행사에 등장했지만 안전 우려 여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악재"
중국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21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주니어 테니스 결승전 개막식에 참석해 사회자 호명에 맞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이 영상을 공개했다. 펑솨이는 지난 2일 밤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글을 올린 뒤 행방이 불분명해 실종설이 불거졌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 트위터 계정 캡처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행방이 불분명했던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21일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펑솨이는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주니어 테니스 결승전 개막식에 참석해 사회자 호명에 맞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37초짜리 영상을 공개한 건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이다. 그는 환구시보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기자가 찍은 영상이라며 이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공유했다.

후 편집인은 전날 밤엔 펑솨이가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코치,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 두 편도 공개했다. 영상 속 한 사람이 “내일이 11월 20일이지”라고 묻자 다른 사람이 “내일은 21일”이라고 바로잡는다. 후 편집인은 이를 근거로 “이 영상이 토요일(20일)에 찍힌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 공개에 앞서 “지난 며칠간 펑솨이는 집에서 자유롭게 지냈다. 그는 곧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일부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전 지도부를 겨냥한 펑솨이의 미투는 반짝 관심을 끌었다가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를 지나면서 묻히는 듯 했다. 6중 전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역사 결의가 채택된 데 온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과 협회 관계자가 진상 조사와 함께 펑솨이의 안전에 우려를 제기하고, 유엔 인권사무소와 백악관이 나서면서 국제 이슈가 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펑솨이가 중국 전 고위 당국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실종된 것 같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중국 당국이 그녀의 행방과 안전에 검증가능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 CGTN의 한 기자가 펑솨이의 최근 모습이라며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진. 촬영 시점과 공개 경로가 불분명해 진위 논란이 일었다. 트위터 캡처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한 중국 관영 매체의 대응은 진위 논란에 더해 의구심만 더 키웠다는 평가다. 중국 관영 CGTN은 지난 18일 펑솨이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안녕하세요. 펑솨이입니다’로 시작하는 이메일에는 “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포함한 최근의 뉴스는 사실이 아니다. 나는 실종되지 않았고 위험하지도 않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WTA의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성명을 내 “이 메일을 실제로 펑솨이가 썼는지 믿기 어렵다”며 “나는 여러 차례 펑솨이가 연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의 안전과 행방에 관한 걱정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CGTN의 한 기자는 트위터 계정에 펑솨이의 최근 모습이라며 사진 3장을 올렸는데, 이 역시 공개 경로와 촬영 시점이 불분명해 진위 논란이 일었다. 펑솨이가 직접 나와 입장을 밝히고 설명하면 될 일을 관영 매체가 번갈아가며 대리 해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계의 반중 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펑솨이의 안전과 관련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캐나다의 딕 파운드 IOC 위원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올림픽 중단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펑솨이는 지난 2일 밤 중국 SNS인 웨이보 계정에 장가오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렸다. 2011년쯤 톈진시 당서기였던 장가오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었고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2018년 이후 또다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20여분만에 삭제됐지만 파장은 컸다. 펑솨이의 폭로가 당 핵심 지도부였던 인사를 겨냥한 점, 6중 전회를 앞두고 터져나온 점, 장가오리가 시 주석 반대파인 장쩌민 전 주석 중심의 상하이방 출신이라는 점 등이 더해져 권력 암투설로도 번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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