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뷰] "美에 60조 쓸것" 약속했는데..SK, 對中 투자 영향받을까
SK하이닉스 中 첨단설비 도입무산 가능성 제기
배터리·에너지 등 중국 내 신산업 잇따라 확장
美 친환경사업 반대할 명분 내세우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미국만 세번 다녀왔다. 지난 5월 방미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갔을 당시 한미정상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 회장을 비롯한 우리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치켜세우기도 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줘 고맙다는 뜻이었다. 이후 7월에도 일부 계열사 대표와 함께 미국에 가서 현지 사업현황을 직접 살폈다.
지난달 하순부터 이달 초에 걸친 방미길에는 계열사 CEO 동행 없이 혼자 다녀왔다. ‘공화당 서열 1위’ 미치 매코널 의원을 비롯한 현지 정·재계 인사와 만나 SK의 미국 사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은 미국 양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으로 10년간 520억달러(약 62조원)를 미국에 투자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배터리·수소 등 친환경분야일 것이란 내용이었다.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정부나 의회 차원에서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한 행보였다.
최 회장이 미국을 다녀온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SK의 중국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SK하이닉스가 가동중인 중국 내 반도체공장에 첨단 장비를 들여야하는데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을 백악관 관리의 전언을 인용한 보도였다. 미국 정부가 해당 설비(극자외선 노광설비)의 중국 반입을 막은 게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히 취해왔던 입장인 점을 감안하면 새삼스러운 인상을 주는 소식이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 설비를 바꾸기까지 아직 상당한 시일이 남아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간 기술패권 경쟁에 SK가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도 입장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SK 역시 현재 촘촘하게 짜놓은 글로벌 반도체 생산거점을 단기간에 손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촌각을 다툴 정도로 치열해진 점도 SK로서는 부담이다.
에너지·석유화학,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을 양대축으로 하는 SK 입장에서는 미국 못지 않게 중국 사업도 중요하다. 기존 반도체·석유화학사업은 현재 중국 현지 사업장의 비중이 상당하고 차세대 먹거리로 추진중인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해 수소, 신(新)에너지, 플라스틱재활용 등 다방면에서 중국 사업을 검토중이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인사이더)의 일환이다.
배터리사업의 경우 국내 3사 가운데 중국 현지 투자를 가장 활발히 하고 있다. 앞서 1~3공장이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잇따라 양산을 시작했다. 중국 현지 생산능력은 연간 27GWh 규모로 LG에너지솔루션(20GWh, 이하 업계추정치), 삼성SDI(3GWh)를 앞선다. 여기에 옌청에 추가공장 투자를 결정, 앞으로 3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2025년 중국 내 생산능력을 75GWh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이 회사 전 세계 사업장 가운데 3분의 1 규모다. 외형확장뿐만 아니라 한국 회사로는 이례적으로 현지 전기차업체에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여기에 수전해기술·연료전지기술을 갖춘 미국 플러그파워와 함께 동아시아권 진출을 추진중인 가운데 첫 국가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 전력회사와 함께 에너지솔루션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에너지솔루션은 전력 생산과 배분 등 서비스 전반을 관할하는 사업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서 각광받는 분야다. 폐플라스틱이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사업도 해외 사업장 가운데 중국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로선 미중간 패권경쟁이 반도체 등 첨단업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길이 번지지 않는다고 다행은 아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가지 다행인 건 SK가 최근 추진중인 신사업 대부분이 친환경 탄소중립 행보와 맞닿아있다는 점이다. 어느 정부든 막아설 명분을 내세우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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