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수 캐스터의 헤드셋] 가을야구를 떠나 보내며..그들을 떠나 보내며

데스크 2021. 11. 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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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국시리즈 우승 차지한 KT위즈. ⓒ 뉴시스

가을 날씨가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잠시 취해 있느라 정신을 못 차렸는데 그것도 잠시.


두어 차례 비가 내리고 나니 겨울 속으로 성큼 다가서는군요. 멋진 가을날이 조금만 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얄궂게도 살짝 맛만 보여 주고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과 동행하려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가을야구도 끝났습니다. '2021 KBO리그'는 KT위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 어느 시즌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사건사고도 많은 시즌이었습니다.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야구팬들에게 2021시즌은 좋은 기억이든, 좋지 않은 기억이든 다양한 일들로 기억되는 한 해가 아닐까 합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9월 13일 2022 신인 드래프트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프로야구를 이끌어 갈 훌륭한 자원이자 보물들을 선발하는 자리였지요. 선수마다 각자 다른 지명 순위였지만 어려서부터 동경해 왔던 꿈의 프로야구 선수가 되었기에 선수 자신의 기쁨은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각 구단 역시 오랜 시간 지켜보았고, 많은 선수들 중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선수이기에 기대는 당연하며 속된 말로 ‘터져주기만’을 바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큰 기대와는 다르게 만족스럽지 못한 선수가 있는 반면,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선수도 있습니다. 예상하고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가 나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 똘똘한 선수를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스타선수를 발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로또가 아닌가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계절이라는 녀석도 왔다 싶어 친해지려 하면 어느새 사라지고, 또 다음 계절이 오고, 또 다른 계절이 오듯이 팀 역시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니 팀을 떠나는 선수들의 소식도 들립니다.


개인의 의지가 반영된 팀 이탈도 있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입단 당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입단 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부상 혹은 생각만큼 향상되지 않은 기량, 선수들에 따라서는 충분한 기회를 보장 받지 못했다는 불만도 섞인 상태로 팀을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선수에 따라서는 다년간의 계약으로 안정감 있는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은 1년 계약으로 결과에 따라서 연봉이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형태이며 말 그대로 개인 사업자인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고용형태는 1년 단위에 아무도 예상치 못하는 부상이나 돌발변수 혹은 몇 년간의 특별한 임팩트나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고 나면 계약을 이어가지 못하는 선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며 그에 어울리는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프로야구 선수로써 타이틀을 유지하게 되니 참으로 어려운 직업임에 틀림없습니다. 지금까지 야구만 바라보고 해왔던 선수들이 갑자기 계약불가 통보를 받으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막막할지는 선수 개인이 아니고서는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뉴시스

그렇다고 방출이나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선수 모두가 야구 선수로서의 생명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지요. 선수의 기량이나 향후 가능성 여부에 따라 다른 팀의 부름을 받고 선수 생활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자의로 은퇴를 선택한 선수들은 이미 올 시즌이 끝나면 유니폼을 벗는다는 계획을 일찌감치 세웠기에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어른들이 늘 말씀하셨죠.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각자의 생김새나 성장 배경이 다르듯 각기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듯 야구선수로의 스타일도 각기 다릅니다. 팬 또한 선호하는 선수 스타일이 각기 다르기 마련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에게는 환호와 격려를, 그렇지 않은 선수에게는 야유와 비난을 보내기도 합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그런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공존했기에 우리가 즐거운 야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선수들의 높은 연봉에는 박수 받는 비용도 있지만 욕먹는 값도 포함되어 있다”고. 떠나는 선수들 중 일부는 비난 보다는 많은 박수와 격려를 받으며 지냈고 조금 더 뛰어 주었으면 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선수는 환호와 응원보다는 실력 발휘도 못하고 비난 속에서 쓸쓸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조금만 더 기회를 준다면 분명 뭔가 큰일을 해낼 것 같은 선수도 있습니다만 프로무대이기에 냉정함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지만 그들의 인생은 어느 곳에서든 계속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우리에게 야구를 알려 주었고, 열광하게 했으며, 땀의 가치와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으니까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 아무도 모르지만 다시 만나면 서로 잊지 않고 반갑게 인사 나눠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니 우리 서로 잊지 말아요.


이전만큼 자주는 아니어도 서로 잘 지내는지 안부도 묻고, 소식 전해요. 선수와 팬으로 만났지만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기쁨과 슬픔을 공유했으며, 야구를 엄청나게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졌으니까요. 우리 모두는 존중받고 사랑 받아야 할 그런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의 인생과 가정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글/임용수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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