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논의

이진수 2021. 11. 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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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성이 지난 12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 미사일 대응력 강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실시된 일본 총선 당선자 465명 가운데 응답자 402명이 선거운동 기간 중 답한 설문조사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39.8%가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는 물론 진주만 공습까지 경험한 미국도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에 당장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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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일본 방위성이 지난 12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 미사일 대응력 강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북한과 중국 등 주변국의 신형 무기를 방어하기 어려우니 상대국 미사일 발사 기지 선제공격 능력으로 억지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논의는 일본 방위정책의 기본 방침을 담는 문서인 ‘방위 계획의 대강’과 ‘중기 방위력 정비 계획’ 개정 때 반영될 듯하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이란 탄도 미사일 발사 기지 등 적국의 기지나 군사 거점을 폭격기, 순항 크루즈 미사일 등으로 공격·파괴하는 것이다. 적이 공격에 나서기 직전 적 기지를 타격해 무력화한다는 시나리오로 원거리 정밀 타격수단도 보유한다는 의미다. 다른 나라에 대한 선제타격, 침략전쟁 도발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이는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평화헌법’ 제9조에 기반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조차 무시하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전수방위와 관련해 "상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방위력 행사에 나서고, 그 양태도 자위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그치며, 보유 방위력도 필요·최소한으로 한정하는 등 헌법정신에 따른 수동적 방위전략 자세"라고 규정해놓고 있다.

‘전범국’ 일본의 헌법은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2차대전 중 히로히토 일왕의 명령으로 연합국에 항복한 일본이 전후 마련한 헌법 제9조 1항과 2항 때문이다. 1항에 "일본 국민은…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명기돼 있다. 2항에서는 "전항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이외의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지난달 31일 실시된 일본 총선 당선자 465명 가운데 응답자 402명이 선거운동 기간 중 답한 설문조사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39.8%가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답한 이가 38.8%, ‘논의가 필요 없다’고 답한 이는 겨우 7.2%였다. 더 가공할 만한 것은 응답자의 71.9%가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헌법개정 추진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반대 의견은 25.9%에 그쳤다.

평화헌법 개정안 발의도 가능해졌다. 개헌에 동의하는 자민당(261석)과 일본유신회(41석), 국민민주당(11석)이 얻은 의석 수가 개헌안 발의 정족수(310석)를 넘어선 것이다.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는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민당이 평화헌법은 미국의 강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개헌하고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자고 결정할 경우 동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이 확산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는 동아시아의 긴장 고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일본의 오판이나 과잉 대응으로 한반도가 전쟁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는 물론 진주만 공습까지 경험한 미국도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에 당장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국익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렇게 천명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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