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살아가며] 내가 나에게 주는 완벽

2021. 11. 1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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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7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나의 책방은 오늘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나는 나대로 내 책방을 여태 기억해주었다는 감동, 그들은 그들대로 책방이 다시 돌아왔다는 감동 때문에 서로 잠시 말을 잃었던 찰나들이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그 짧은 순간들을 오랫동안 두고두고 생각하며 감사할 것이다.

나는 사인을 하면서 혹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사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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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가수·작가


햇수로 7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나의 책방은 오늘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처음 서울에서 시작했다가 제주로 이전했고, 다시 서울에 새 매장을 낸 것이다. 오픈 시간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책방을 찾아와 주었던 사람들은 바로 서울에서 책방을 하던 시절 알았던 오랜 단골들이었다. 나는 나대로 내 책방을 여태 기억해주었다는 감동, 그들은 그들대로 책방이 다시 돌아왔다는 감동 때문에 서로 잠시 말을 잃었던 찰나들이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그 짧은 순간들을 오랫동안 두고두고 생각하며 감사할 것이다.) 그 찰나들을 제외한 나머지 긴 시간에 나는 책을 정리하고, 팔고, 손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그리고 책에 사인을 했다.

나는 사인을 하면서 혹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사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노래를 만드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 보다, 사인할 때의 나야말로 진정 전문가 같다고 느끼는 것이다. 나는 스스럼없이 사인을 완벽하게 해낸다. 무대에 뚜벅뚜벅 걸어들어와 의자에 앉자마자 아무렇지도 않게 완벽한 연주를 시작해버리는 조성진처럼, 나도 사인할 때만큼은 그와 다름이 없다. 조성진의 연주가 끝나면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듯, 내 사인이 끝나도 사람들은 환호한다. 글씨를 너무 잘 쓴다고. 사인의 모양이 너무 근사하다고.

나는 대체 왜 사인을 이토록 잘하게 되었을까. 이유는 그저 아주 오랫동안, 너무 많이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책방에서, 행사장에서, 가끔 음식점 같은 곳에서도 수시로 사인을 한다. 사인본 책을 위해서라면 앉은 자리에서 7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사인을 하기도 한다. 내가 그동안 해온 사인의 횟수만큼 글도, 노래도, 그 무엇도 반복해본 적 없다. 그 반복이 준 완벽함 속에서 나는 잠깐이지만 쉬는 것도 가능하다. 두 번째 책방의 첫날, 잘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으로 잠은 조금도 오지 않는다. 책상 위 아무 종이에 공연히 사인을 해본다.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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