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땐 주정차 편한 다이소·편의점 '출점 1순위'
돌아보면 경제위기 때마다 거리 풍경이 달라졌다.
IMF 외환위기 이후 PC방, 휴대폰 대리점이 크게 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이 급증했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신산업과 구산업의 흥망이 교차했다.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다. 포화된 식당, 주점이 폐업한 자리에 무인 카페, 밀키트 판매점 등이 속속 간판을 내걸고 있다. 다음은 또 어떤 가게들이 저 많은 공실을 채우게 될까. 위드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 방정식은 무엇일까.
▶확산되는 셰프리스(Chefless)
▷원팩만 데워 내면 끝 ‘조리의 외주화’
샤브샤브 전문 체인 A사는 진한 육수와 무한 리필 서비스로 최근 인기가 높다. 위드 코로나에 보복적 외식 소비가 몰리며 새로 여는 매장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런데 A사 육수에는 비밀이 있다. 매장에서 직접 조리한 것이 아닌, 식품 제조사에서 맞춤형으로 개발해 ‘납품’받고 있는 것. 즉, 주방장이 따로 없는 ‘셰프리스(chefless)’ 시스템이다.
‘요리는 주방에서 이뤄진다’는 외식업의 기본 공식이 깨지고 있다. 대형 식품 기업이나 센트럴 키친(CK·central kitchen)에서 대량으로 조리한 음식을 받아 먹음직스럽게 담고 데워 팔기만 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센트럴 키친에서는 주로 식재 손질 등 전처리만 하고 밑반찬 정도만 납품하는 데 그쳤다. 요즘은 반조리를 넘어 아예 완조리된 음식을 갖다준다. 한마디로 ‘조리의 외주화’인 셈이다.
‘배달 숍인숍’ 대중화가 대표 사례다. 업계에 따르면 냉면, 떡볶이 등 ‘원팩 HMR’만 납품받아 배달로 파는 숍인숍 프랜차이즈가 수백 곳에 달한다. 덕분에 한 배달 전문 식당에서 직원 1~2명이 치킨, 분식, 중식, 한식 등 전혀 다른 메뉴를 10가지 이상 취급할 수 있게 됐다. 배달 숍인숍 프랜차이즈 돌우물은 한발 더 나아가 학교 급식에도 자사 떡볶이 제품을 납품 중이다.
돌우물 관계자는 “약 80여개 학교 급식 업체에 떡볶이, 짜장면, 제육볶음, 찜닭 HMR을, 요양원에는 전처리한 야채나 대량 제조용 소스류를 납품하고 있다. 외식 R&D 역량을 바탕으로 B2B, B2C 영역 전반에 걸쳐 ‘밀 솔루션(Meal Solution)’을 제공한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 인구 급감에 유용한 솔루션이다. 일례로 중식 숍인숍 브랜드 ‘쌍팔반점’은 칼질, 웍질, 주방장 없이도 짜장면 100인분을 10분 만에 조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네닭갈비는 자동으로 웍질을 하는 ‘오토웍’을 개발, 가맹점에 보급하고 있다. 오토웍을 통해 닭갈비, 볶음밥 등을 무인 조리할 수 있다. 유가네닭갈비 종로점장은 지난 5월 대당 250만원에 오토웍 2대를 도입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주문은 많이 늘었는데, 직원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직원을 구해도 교육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고민이 컸다. 주문이 밀릴 때면 한 직원이 철판 4~5개를 볶게 돼 정신이 없었는데, 오토웍 도입 후 0.5명분의 주방 일손이 덜게 돼 인건비는 줄고 직원 만족도는 높아졌다. 향후에는 ‘라면 사리’ 메뉴도 오토웍이 조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밖에도 교촌치킨은 치킨 튀기는 로봇 개발에 나섰다. 최근 로봇 제조 업체 뉴로메카와 업무 협약을 맺고 협동 로봇을 활용한 치킨 조리 자동화 연구를 공동 수행한다.
▷CCTV 속 영상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
오프라인은 그야말로 ‘데이터의 사각지대’였다. 방문자 수, 체류 시간, 구매 전환율 등이 모두 빅데이터로 남는 온라인과 달리 거의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는다. MD 관심도나 역량에 따라 성과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업계도 그간 매장 내방객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편의점은 직원이 손님을 보고 세대, 성별 등을 임의로 입력하게 했다. 그러나 의무 사항이 아니고 눈대중이다 보니 오차가 발생한다. 신용카드와 GPS 기록도 분석했지만 매장 안에서의 동선 추적과 체류 시간 측정은 불가능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아마존고’를 위시한 ‘완전 스마트 매장’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각종 센서와 카메라를 달아 고객 동선과 체류 시간은 물론, 결제까지 무인으로 진행한다. 문제는 완전 스마트 매장은 출점 비용이 너무 비싸 보급이 어렵다는 것. 아마존은 2018년 “아마존고를 2021년까지 3000개 출점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그 1%에 불과한 30여개뿐이다. 이에 최근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AI로 분석하는 솔루션으로 정보 수집, 분석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메이아이’다. 장비의 추가 설치 없이 기존 CCTV로 촬영한 영상을 AI 분석 엔진과 연동, 방문객의 성별, 연령, 행동을 분석한 뒤 CCTV 대당 5만~20만원만 받고 매장에 보고서로 제공한다.
가령 현대차 매장이라면 ‘30대 남성이 메인 전시된 B차량보다 C차량 앞에 평균 1분 20초 이상 체류하며 관심을 보였다’, 입구가 많은 롯데아울렛이라면 ‘D입구 출입 인원은 20~30대 비중이 높다. 지하철역과 가까워서 그런 듯하니 입간판 등 입구별 마케팅을 20~30대 타깃으로 해볼 만하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현재까지 현대차, LG전자, 롯데월드, 킴스클럽 등 30여개 고객사가 이용하며 각광받고 있다.
▷대전신세계, 매장 45% 체험 공간 꾸며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오프라인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체험’이다. 그간 코로나19 사태로 제한됐던 체험 공간이 위드 코로나 이후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복합쇼핑몰뿐 아니라, 백화점도 체험 매장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신세계백화점이 5년 만에 신규 출점한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Science)’는 전체 공간의 무려 45%를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시그니처인 전망대 ‘디 아트 스페이스 193(The Art Space 193)’을 비롯해 국내 최초 미디어 아트 결합형 ‘대전 엑스포 아쿠아리움’, 과학관 ‘신세계 넥스페리움’ 등이 대표적이다. 3400평의 옥상정원은 신세계 최초로 복층으로 구성했다. 부산 센텀시티점(1200평), 신세계 대구점(2200평)보다 훨씬 큰 규모다.
대표적 체험 콘텐츠인 방탈출카페 프랜차이즈 ‘셜록홈즈’도 입점했다. 권충도 셜록홈즈 대표는 “55개 지점 중 백화점 입점은 처음이다. 신세계에서 먼저 제의가 와서 70평 규모로 입점하게 됐다. 전국 지점 중 순위권에 들 만큼 반응이 좋다. 그간 로드숍 위주로 출점했는데 향후 캠핑장에도 입점을 협의 중이다. 캠핑장은 성수기와 비수기 차이가 큰데, 비수기에도 찾아올 만한 앵커 테넌트로서 주목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전신세계 오픈 후 두 달간 방문객을 분석한 결과 대전 외 지역에서 방문한 고객이 55%로 절반을 훌쩍 넘어 지역 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충청권에서 보기 힘들었던 특별한 체험형 콘텐츠가 집객에 주효했던 것 같다”고 자랑했다. 이 같은 체험 공간 확대에 힘입어 신세계백화점은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11월 1~8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8% 상승했다.
더현대 서울은 의류 매장 170개가 입점할 수 있는 1만1240㎡(3400평) 공간에 대규모 조경을 했다. 서울 지역 현대백화점 의류 매장 한 곳당 연매출이 평균 10억원가량임을 감안하면, 연간 1700억원의 매출을 포기한 셈이다. 대신 더현대 서울은 오픈 6개월 만에 국내 백화점 가운데 해시태그(#더현대서울)한 인스타그램 게시물 수 1위(현재 22만개)를 기록하며 MZ세대의 SNS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차장 낀 다이소, 매출 30%↑
코로나19 사태 기간 자동차를 타고 쇼핑하는 ‘드라이브 스루(DT)’가 뉴노멀이 됐다. DT 구축이 어렵다면, 주정차만 편하게 해도 집객 효과가 높아진다. 교통 발달로 갈수록 생활권이 넓어지며 ‘동네 장사’에서 ‘광역 점포’로 진화를 꾀해볼 만하다. 다이소에 따르면, 주차장을 구비한 매장이 그렇지 않은 매장보다 객단가가 높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경북의 한 다이소 가맹점은 지난 7월 기존 90평대 매장에서 120평으로 확장 이전하며 넓은 주차장을 설치했다. 그러자 이전보다 객단가는 약 15%, 매출은 약 30% 정도 상승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주차장을 갖춘 가맹점 출점이 늘며 매장 크기도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다. 객단가 상승이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가맹점 오픈 시 상권 조사를 할 때 예비 점주들이 주차장 시설을 같이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편의점은 동네 장사’도 옛말이다. CU에 따르면, 주정차가 편한 점포의 경우 그렇지 않은 동일 상권의 점포에 비해 최소 10% 이상 매출이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CU 관계자는 “보통 주정차가 편한 점포는 도심을 벗어난 근교에서 주로 이뤄진다. 그런데 도심에서도 주정차 편의성으로 접근성을 높이면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다. 점포 앞 여유 공간이 있으면 매출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출점 시 꼭 확인하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4호 (2021.11.17~2021.1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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