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풀어야 할 '컨벤션 효과' 방정식

2021. 11. 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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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윤석열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 급등해
홍준표 지지층 일부 이동 가능성 높아
윤석열 2030세대 지지율 확보가 변수 ​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이 지난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좌)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윤석열 후보는 당원 투표에서 21만34표를 얻어 12만6519표를 얻은 홍준표 의원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의원이 48.21%를 획득한 반면, 윤석열 후보는 37.95%를 얻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민심과 당심이 갈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이 윤석열 후보 승리를 두고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아닌 ‘동네 저수지’에서 뽑힌 선수인 셈”이라고 공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고전할 확률이 높다. 당심과 민심이 유리된 상태에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그런데 당원 투표 결과가 ‘당심이 판단하는 민심’을 따른 결과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비록 경선 여론조사 결과와 당원 투표 결과가 상이하더라도 당원들이 여론조사에 일정 부분 역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섞여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당심 스스로가 판단하는 민심’을 따랐을 수 있다.

‘당심의 판단’이 틀렸다면, 경선 이후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올라가기 어렵다. 문자 그대로 민심을 못 읽었기 때문에 경선 여론조사에서 얻은 지지율 이상의 여론조사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경선 직후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그리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여론조사업체 PNR이 뉴데일리와 시사경남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보면, 윤 후보가 45.8%의 지지를 받아 30.3%를 기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직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 지지율이 역전된 것이다.

경선 직후 실시된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급등’했다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지지율이 오른 이유로 우선 컨벤션 효과가 거론된다. 컨벤션 효과란 경선이나 전당대회 등 정치적 이벤트 직후 해당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지지층이 추가적으로 유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컨벤션 효과가 생기려면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야 한다.

왜 국민의힘 경선에만 유독 국민적 관심이 높았을까. 국민의힘보다 앞서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른 민주당은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역벤션 효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경선에 국민적 관심이 몰린 이유는 점점 더 높아지는 정권 교체론과, 자신을 보수라고 평가하는 유권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적 요인에 기인한다.

지난 11월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11월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RDD 방식의 전화 면접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내년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한다는 응답은 33%, 야당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한다는 응답자는 57%에 달했다. 정권 교체론이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무려 24%포인트 높다. 이 정도 격차는 과거 대선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선거 구도 속에서는 민주당 경선이 여론 주목을 받고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 힘들다. 반면 국민의힘은 충분히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 상승 관련, 컨벤션 효과 말고 또 하나 추정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그리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지지층 중 일부가 윤석열 후보 지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다.

컨벤션 효과는 지지층의 추가 유입을 의미한다.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가 윤 후보 지지로 이동했다면, 이는 지지율 상승의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 역할은 지대했다.

홍 의원의 기여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경선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자칫 윤석열이냐 아니냐로 끝날 뻔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구도를 박빙 승부로 만들어 국민적 관심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홍준표 의원이 경선에 기여한 또 다른 측면은,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층의 외연 확장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SNS에 “이번 대선에서 저는 경선을 다이내믹하게 만들고 안갯속 경선으로 흥행 성공을 하게 함으로써 그 역할은 종료됐다고 본다”고 적었다. 정확한 언급이다.

이제는 홍 의원이 확장한 지지층 중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윤석열 후보 지지로 돌아서는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이와 관련 흥미로운 내용들이 보도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을 지지하던 2030세대 젊은 당원이 잇달아 탈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2030 같은 젊은 세대의 정치적 특성은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정치적 판단을 하고 따라서 정권에 의한 피해에 대해 다른 어떤 세대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2030세대는 스윙보터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2030세대가 스윙보터적 특성을 가졌다면, 특정 정치인 혹은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수가 없다.

이뿐 아니라 한국갤럽 10월 마지막 주 여론조사를 보면, 2021년 하반기 들어 2030세대의 보수화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종합해보면, 2030세대들이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을 가능성은 있어도, 홍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을 탈당하려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2030 당원의 ‘탈당 러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출된 이후 지난 11월 8일까지 사흘간 국민의힘을 탈당한 책임당원(선거인단)이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된다. 이 중 75%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탈당 인증’을 해온 2030세대 당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로 따지면 약 2300여명이 탈당한 것이다. 이번 경선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원 숫자가 56만9000여명이고, 10월 16일 기준 20대 책임당원이 대략 8.3%, 30대 당원이 10.1% 정도라고 할 때, 2030세대 당원 수를 계산해보면 약 10만명이다. 이 중 2300여명이 탈당했다면, 2% 정도 탈당한 셈이니 ‘탈당 러시’ 표현은 좀 과하다.

하지만 SBS 여론조사를 보면 20대에서 이재명 후보는 17.9%, 윤석열 후보는 15.5% 지지를 획득했고, 30대에서 이재명 후보 31.7%, 윤석열 후보 24.2%의 지지를 얻은 점을 감안하면, 탈당자 수와 관계없이 윤석열 후보는 앞으로 2030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함은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율 상승이 컨벤션 효과 덕분이라면 지지율은 오래가지 않아 꺼질 것이고, 만일 홍준표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경선 후보의 지지층이 이동한 것이라면 상승한 지지율은 선거 구도 영향을 받아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이유인지는 조만간 알 수 있을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4호 (2021.11.17~2021.1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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