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연합뉴스 포털 제재에 대한 단상

백상진 2021. 11. 1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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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진 뉴미디어팀장


연합뉴스가 18일부터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편집 화면에서 사라지게 되는 건 여러모로 상징적 사건이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는 연합뉴스가 기사형 광고 2000여 건을 포털에 송출한 것과 관련해 32일간의 ‘포털 노출 중단’ 제재를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콘텐츠 제휴’ 자격마저 박탈했다. 이렇게 되면 포털 내 기사 배열과 수익 배분 자격을 잃게 되고 기자별 구독 페이지도 사라진다.

주요 매체에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은 제평위가 ‘기사형 광고’ 문제에 고강도 제재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언론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다수의 언론사가 이번 일을 계기로 기사형 광고에서 손을 뗐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연합뉴스에 100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측은 “법적 조치 등 다각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댓글도 있고, 뉴스 도매상이 타 언론사와 포털에서 경쟁하지 말고 본래 자리로 가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사를 고객으로 둔 뉴스통신사가 포털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키워온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기사형 광고 문제는 그 자체로 규정에 맞게 처리하도록 잠시 제쳐둔다면 이번 사례에서 생각해 볼 문제는 더 있는 것 같다. 포털에서 특정 언론이 사라질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포털에서 벗어난 언론은 기사 노출 빈도나 수익 배분, 뉴스 구독자 등 핵심 지표들이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플랫폼을 장악한 포털과 콘텐츠를 공급하는 언론사의 관계는 위태로운 줄타기의 연속이다. 기사형 광고 이외에도 제3자의 기사 전송 문제 등이 자주 거론돼 왔다. 포털 생태계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올인’하는 언론사들은 종속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추세이지만, 제재를 받아서 포털 플랫폼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포털이 뉴스 편집 정책을 바꾸는 ‘미디어 데이’를 열 때마다 언론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포털이 뉴스 시장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좀 더 정확하게는 뉴스 플랫폼에서 언론사의 지분을 없애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일부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포털이 언론사 뉴스와 단절하는 건 기정사실이며, 타이밍 결정만 남았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동안 언론사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대다수 언론사는 자체 역량으로 독자들과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뉴스 대부분은 포털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을 보면 한국 뉴스 시장에서 포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일주일 동안 온라인 뉴스를 이용한 경로’에 대한 질문에 한국 이용자들은 72%가 검색엔진과 뉴스 수집 사이트(46개국 평균 33%)라고 답했다.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 직접 접속해 온라인 뉴스를 이용한다는 비율은 5%로 46개국 중 최하위였다. 언론사의 전반적인 뉴스 품질에 대한 평가도 박하다. 한국은 같은 조사의 뉴스 신뢰도 항목에서 46개국 중 38위를 차지했다.

언론의 위기가 ‘품질이 뛰어난 기사 공급’으로 해결될 것으로 믿는 시각은 단견이다. 질 좋은 콘텐츠는 포털의 기사 배열 알고리즘에서 밀려나고 있고, 포털이 아니라면 개별 언론사 자체적으로 소화하기도 어렵다. 언론사들이 생산하는 기사에 공을 들이는 만큼 새로운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뉴스의 미래는 더 우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털의 언론 제재보다 더 불안한 것은 바로 이런 지점들이다.

백상진 뉴미디어팀장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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