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해도 장학금 다 못받아" 돈 없는 지방대, 학생도 떠난다 [2021대학평가]
'귀환 불능 지점'
이륙한 비행기가 남은 연료로 기지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지점이다. 이곳을 지나면 불시착하거나 추락하는 수밖에 없다. 지방대가 처한 현실도 비슷하다. 연료라 할 수 있는 재정이 부족한 가운데 학생은 이탈하고 있고 부실화의 늪을 빠져나오기 어렵다. 대학과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일 '빅딜'이 필요한 시점이라 지적한다.
중앙일보가 학생 수 3000명 이상인 대학 137곳을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87개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452만원으로 서울권 28개 대학의 2001만원보다 549만원 적었다.
지역 내에서도 격차가 크다. 호남·제주 권역의 전남대나 제주대는 1인당 교육비가 1900만원 안팎이지만 최하위 대학은 800만원대에 그쳤다. 부산·울산·경남권도 부산대가 2000만원이 넘는 반면 최하위권은 1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교육비 감소에 교육의 질 하락 '악순환' 빠진 지방대
학생의 낮은 만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는 '중도 탈락률'이다. 자퇴 등으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을 뜻하는 중도 탈락은 1인당 교육비가 적은 대학에서 대체로 높았다. 1인당 교육비가 가장 많은 서울권 대학의 중도 탈락률은 3.2%로 가장 낮다. 하지만 교육비가 가장 적은 경북권 대학은 중도 탈락률이 최상위권이다.
학생 이탈과 적은 교육 투자는 교육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청년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더 중요해진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다. 서울권과 경기·인천·강원권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각각 66.1%, 63%를 기록했다. 경북권은 56.3%로 가장 낮고 경남권·호남권이 뒤를 이었다.
재정지원도 수도권 편중..."지방대 소멸 가속"
수도권이 정부 지원 사업에서 더 많은 헤택을 받는 건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학 정보 공시자료에 따르면 서울권 대학의 학생 1인당 정부 사업 수혜 금액은 746만원으로 지방대 평균 381만원의 2배 수준이다. 정부 지원도 빈익빈부익부를 부채질하는 셈이다.
여론 부담에 지지부진한 대학 구조조정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는 "학생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 진학률이 60~70%에 달해서 대학이 근근이 연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경쟁력이 떨어져도 버티는 대학을 퇴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반발이 큰 지방대 구조조정에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9월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52개 대학을 탈락시키면서도 각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준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김 교수는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지만, 칼날이 무뎌져서 이제는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지방대 퇴로 열어야"...구조조정 '빅딜' 촉구
교육계에서는 대학 구조조정을 촉진할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원을 마련해 부실 대학 폐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매년 들어가는 교육비 지원을 줄이는 방안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부실 상태로 교육 예산을 계속 쓰는 '좀비 대학'의 퇴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적절한 수준에서 재산권을 인정해주면, 스스로 문 닫을 대학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뒤떨어진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으면 절약한 교육비를 다른 대학에 투자할 수 있다"며 "몸집을 줄이고 특정 학과에 집중한 '강소(強小) 대학'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수조 원씩 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원으로 쓰자는 제안도 나온다.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전국 시도교육청에 의무 배분하기 때문에 학생 수가 급감하는데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박남기 교수는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초등학생보다 적다"며 "중등교육에만 쓰는 교부금을 대학에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궁민기자·김도연인턴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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