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 수도박물관, 113년 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도 시설

2021. 11. 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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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 연장의 제일 큰 공은 의학 발달일 것이다. 학자들은 의학의 발달과 함께 상하수도 설치가 인간 수명 연장의 숨은 공로자라고 말한다. 즉, 먹는 물과 버리는 물을 분리 관리함으로써 위생이라는 개념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처럼 물은 인간에게 공기와 더불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가장 소중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1970년대 초까지 물장수가 있었다. 물론 그전에는 마을에 흐르는 천의 물을 걸러서 식음했다. 이후 우물을 파고, 수도를 놓기 시작했다. 집 마당에 관을 연결한 작두식 펌프는 먼저 물 한 바가지를 펌프에 넣고 작두를 움직이면 물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의 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는 수돗물은 언제가 처음일까. 정답은 1908년이다. 무려 113년 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돗물을 공급했던 곳은 뚝도수원지다. 성동구 왕십리로에 위치한 이 뚝도수원지는 서울숲 주차장에서 한강변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입구가 보인다. 여기에 바로 수도박물관이 있다.

1903년 미국 기업 콜브란과 보스트위크는 고종 황제로부터 상수도 시설과 경영에 관한 특허권을 받았다. 이후 1905년 특허권을 양도받은 대한수도회사는 1906년 공사를 시작해 1908년 8월에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을 완성했다. 그해 9월1일부터 완속 여과 방식으로 생산한 수돗물을 사대문 안과 용산 일대의 주민에게 공급한 것이 우리나라 근대 상수도 역사의 출발이다. 현재 뚝도수원지 일부는 고도 정수 처리 시설을 완비한 뚝도아리수정수센터로 변하여 지금도 24시간 수돗물을 생산 공급하며, 일부는 수도박물관으로 조성해 체험 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수도박물관에서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은 제1정수장 송수실이다.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건물에는 ‘광무11년 건축’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아름답게 지어진 현관, 반원 아치형 창호 등 르네상스 풍의 근대 건축물로 마치 성당처럼 보이는 이 송수실은 서울시 유형 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되었다. 송수실 내부는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천장 마감을 철거하여 본래의 지붕 트러스 구조가 드러나게 했으며, 내부 가벽을 철거하고 바닥 일부를 유리로 만들어 과거 사용했던 상수도 기기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수도박물관에는 ‘완속 여과지’가 있다. 말 그대로 천천히 흐르는 물을 모래층과 자갈층에 통과시켜 불순물을 거르는 친환경 방식의 정수 시설이다. 총 6개의 ‘지池가 남아 있는데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908년부터 1990년까지 사용했다. 지형적으로 주변보다 낮은 곳을 굴착하여 침전지를 통과한 물이 완속 여과지에 유입되고 모래층과 자갈층을 통과하며 모래층 내부 또는 표면에 증식하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물속의 부유 물질과 용해성 물질을 걸러 내는 방식이다. 모래층 두께는 80㎝, 여과 속도는 하루에 4m다. 별관은 ‘취수 펌프실’이다. 한강 물을 뚝도수원지까지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던 곳이다. 뚝도수원지에서 166m 떨어진 한강 중류 지점에서 원수를 공급받았다.

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물과 환경 전시관’에서는 한강을 따라 서식하는 동식물과 물의 순환 과정을 이해할 수 있고, 각 가정에서 물을 아껴 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곳에서 흥미로운 전시품은 시판되는 생수다. 몇 백 원짜리부터 몇 만원까지, 정말 많은 생수들이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1920년대부터 최근까지 수돗물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사용했던 각종 상수도관, 기계류, 펌프류 등이 있다. 야외 체험 시설에서는 옹달샘에서 시작하여 우물가, 작두 펌프, 공동 수도를 거쳐 생태 연못으로 흘러가는 물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며 추억의 상수도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다.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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