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를 외쳤던 80억원 포수의 퇴장과 어니 뱅크스

배중현 2021. 11. 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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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강민호가 4회초 무사 2루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9.23/

어니 뱅크스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 레전드다. 올스타 선정 14회, 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 2회 등 굵직한 커리어를 쌓았다. 1977년에는 83.8%의 압도적 투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모든 걸 이룬 그였지만 없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포스트시즌(PS) 출전 경험이다. "리글리필드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 3개를 치고 싶다"고 말한 뱅크스의 바람은 은퇴할 때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포수 강민호(36·삼성 라이온즈)에게 한국시리즈(KS)의 의미는 뱅크스의 PS와 같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목표다. 그는 2004년 KBO리그에 데뷔한 뒤 최고의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 통산 5회, FA(자유계약선수) 계약도 두 번이나 했다. FA 누적 계약 총액만 무려 155억원.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그가 이루지 못한 몇 안 되는 목표 중 하나가 KS다.

강민호의 PS 경력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2017년 준플레이오프(준PO)를 끝으로 한동안 단절됐다. 플레이오프(PO) 무대를 밟은 건 2012년이 마지막. 그래서 올해 가을야구에 누구보다 집중했다.

PS에 진출한 강민호는 감회가 남달랐다. KT 위즈와 1위 결정전을 패해 KS 직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강민호는 PO 1차전이 열린 지난 9일 "KT와 1위 결정전에서 패해 아쉬웠다. 한 번도 KS에서 뛰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승을 확정 순간에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장면조차 보지 못했다. 꼭 KS에 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KS 우승이 아니더라도 KS 무대라도 밟아봤으면 하는 바람이 짙게 느껴졌다.

강민호의 꿈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규시즌 2위 삼성은 4위 두산에 2전 전패로 PO에서 탈락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는 2경기 8타석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10월 월간 타율 0.143으로 부진했고 그 흐름이 가을야구에도 이어졌다. 삼성은 거포 오재일(9타수 1안타)의 부진까지 겹쳐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릎 꿇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기대했던 베테랑들이 충분히 자기 스윙을 못 가져갔다. 그만큼 부담감을 갖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PO 1차전 9회 초 쐐기 홈런 포함 4할 타율로 맹타를 휘두른 두산 포수 박세혁과 대비를 이뤘다. 센터라인의 핵심인 안방 싸움에서 밀리니 경기 흐름이 두산 쪽으로 기울었다.

강민호는 시즌 뒤 또 한 번 FA 자격을 얻는다. 세 번째 FA는 C등급으로 영입을 원하는 구단에서 직전 시즌 연봉의 150%만 보상하면 된다. 그의 올해 연봉은 전년 대비 7억5000만원 삭감된 5억원이다. 연봉을 크게 낮춰 이적 가능성을 열었다. KS 우승이 가능한 구단으로 옮길지 삼성에 잔류할지 거취에 물음표가 찍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삼성에서의 4년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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