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본 세상] 가족 트라우마 해법, 이 영화에서 찾다

데스크 2021. 11. 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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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아 상담을 다룬 예능프로그램의 인기가 높다.

영화는 가족의 치부와 사과를 드러내놓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진정한 소통이 가능할 때 '가족은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상처를 치유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 심리상담과 더불어 예방책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 '세자매'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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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자매'

최근 육아 상담을 다룬 예능프로그램의 인기가 높다. 자녀를 키우는 시청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이지만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높은 시청률의 배경에는 화해와 소통 방식의 부재가 가족 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과 대화 방식의 바꿔야 한다는 데에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세자매’는 어린 시절 겪었던 가정환경이 성인으로 성장한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세 명의 자매가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심한 첫째 희숙(김선영 분)은 꽃집을 운영하고 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둘째 미연(문소리 분)은 가정주부로 바쁘게 살고 있다. 철없는 셋째 미옥(장윤주 분)은 술에 절어 사는 연극 극작가다.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세 자매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가고 막내 진섭도 만난다. 식당에 모인 자리 아버지의 생신 축하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진섭이 아버지를 향해 소변을 보면서 지난날 가족들의 아픈 상처가 밝혀지게 된다.


개개인의 상처 근원에는 가족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음을 말한다. 첫째 희숙은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숨죽이며 살아야만 했다. 더욱이 엄마가 달랐기 때문에 희숙과 진섭은 더 많은 폭행을 당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희숙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과 피해의식에 빠져 결국 암까지 걸린다. 아버지의 폭력을 방관했던 미연은 죄책감에 빠져 기독교에 자신을 의지하게 되었고, 미옥은 무기력과 과잉의존에 빠져 사는 성격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딸들이 성장한 후에도 아버지의 폭력이 남긴 상처가 현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해 들어와 끊임없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동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게 한다. 공포스러운 가정환경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어린아이들과 여성들은 불안과 고통으로 생겨난 트라우마로 일상적인 생활과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직접 학대를 경험한 희숙이나 진섭은 물론 학대를 지켜봐야 했던 미연과 미옥도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폭력의 심각성을 충분히 깨닫지 못한다. 어린 미연은 폭행하는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동네 아저씨들에게 말했지만 이들은 아동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가해자인 아버지도 아동폭력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영화는 아동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트라우마는 극복될 수 있다는 희망 또한 제시한다. 어릴 때 학대를 겪었더라도 상처를 극복하는 것은 가능하다. 매 맞은 자국이 선연한 진섭과 그를 안고 있는 희숙. 그들을 바라보는 미연과 미옥, 네 남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아버지에게 성인이 된 미연은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대든다. 가족이란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또한 치유도 가능한데 가족관계에서 진정한 사과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영화는 가족의 치부와 사과를 드러내놓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진정한 소통이 가능할 때 ‘가족은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가족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통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할 수도 있는 공동체다. 남과 달리 항상 함께 생활해야 하고 또한 끊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가족 사이의 학대와 폭력은 성인이 된 후에도 피해자에게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남긴다. 상처를 치유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 심리상담과 더불어 예방책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 ‘세자매’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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