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즐기는 아트 샤워..미술이 있는 동네

2021. 11. 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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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네에 가서 아름다운 그림을 마주하고 맛있는 한끼를 좋은 사람과 나누는 것.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것도 이 아름다운 계절에 말이다. 여기 사랑하는 이들과 가면 더욱 좋을 미술관과 그 동네를 소개한다.

전남 여수

▷화려한 미디어아트 아르떼 뮤지엄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상파의 그림까지 재현해 놓은 아르떼 뮤지엄 여수.
여수에 가는 이유는 남해의 절경과 전라도의 진한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제 여수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미디어아트의 정수라 불리는 아르떼뮤지엄을 즐기기 위해서다. 첨단 기술을 탑재한 이 미술관은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그룹 디스트릭트의 기술이 총동원된 환상적인 공간이다. 지난해 제주에 오픈한 이후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는데, 올해 8월 여수에 두 번째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위치는 여수엑스포 국제관. 여수역 바로 앞이라 여행자 누구든 방문하기 좋은 위치다. 아르떼 뮤지엄의 미디어아트는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하는 데다 장엄하고 화려해 몰입도가 높다. 공간마다 펼쳐지는 시각적 강렬함과 사운드에 취하다 보면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를 지경. 특히 이번 여수관은 이 지역을 상징하는 자연 속으로 유영하는 즐거움에 취하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붉은 ‘동백의 방’에서는 동백이 스르르 피고 지며 그 붉은 꽃잎이 비처럼 쏟아지는 환희를 맛보게 된다. 바다를 테마로 한 새로운 접근도 눈에 띈다. 여수 바다를 상징하는 바다 생물이 영상을 수놓는 것이다. 마치 여수라는 미지의 자연으로부터 환영 인사를 받는 기분마저 든다.
아르떼 뮤지엄 여수를 물들인 동백나무 꽃을 테마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사진 아르떼 뮤지엄), ‌여수의 상징인 바다 생물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는 아르떼 뮤지엄여수의 상징과도 같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아르떼뮤지엄의 시그니처인 ‘명화의 방’. 고흐, 고갱, 크림트, 모네 등의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부터 르네상스, 상징주의까지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코앞에서 펼쳐지는 기적을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다. 수백 평의 공간이 명화로 채워지는 감동은 일상에서는 절대 맛보지 못할 특별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사람이 많은 편이지만 워낙 공간이 넓어 편안히 즐길 수 있다. 바닥에 앉아 빛의 변화에 몸을 맡겨보자. 마치 장엄한 오페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이런 걸 두고 ‘아트 샤워’라 하는 것일 테다. 실제로 아르떼뮤지엄은 이 환상적인 분위기에 취한 젊은 연인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밤바다의 낭만이 넘실대던 여수는 트렌디한 미디어아트 기술마저 더해져 낭만의 최고봉이 되어버렸다.

-입장료 성인 1만7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소인 1만 원 위치 전남 여수시 박람회길1 국제관 A동 3층 운영 시간 10:00~20:00

함께 즐길 거리

▶벽화마을

여수 아르떼뮤지엄에서 차로 10분여 달리면 고소동 벽화마을이 나온다. 여수 낭만 포차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마을을 오르다 보면 길가에 일러스트가 가득하다. 여기에 뷰 맛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낭만 카페, 카페 여수 등 트렌디한 인테리어의 카페가 줄지어 있으니 어디를 가도 좋다. 밤바다의 낭만을 즐기러 가자.

-위치 전남 여수시 고소동 268

▶여수당

이순신 광장 바로 옆에 줄 서서 먹는 맛집이 모여 있다. 그중 여수당은 1989년부터 베이커리로서 명성을 이어온 곳이다. 대표 메뉴는 쑥파이, 쑥아이스크림, 바게트버거. 그중 쑥파이는 오전에 모든 상품이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위치 전남 여수시 중앙로 72, 운영 시간 09:30~20:00(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서울 연희동

▶문턱 낮은 갤러리 마을

붉은 벽돌, 빈티지한 색감의 건물들. 세월의 흔적을 느끼며 산책하기 좋은 동네 연희동엔 작은 갤러리와 카페들이 보물처럼 숨어 있다.
서울이란 분주한 도시에서 짧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단연 연희동이다. 연희동은 서울에 남은 몇 안 되는 산소호흡기다. 오래된 주택이 옹기종기 모인 골목하며 부모님 세대부터 쭉 한자리를 지켜온 가게들까지 다정이 넘치는 동네다. 특히 홍제천을 끼고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이 다닥다닥 늘어선 홍연길은 그냥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심장이 따스해지는 정 가는 동네다. 게다가 이 조용한 동네엔 놀랍게도 작은 미술관들이 수십 여 개나 숨어 있다.
‘갤러리인’의 내부는 흡사 힙한 을지로 카페를 연상케 한다, cmgg 갤러리는 지하에 있다. 마치 작가의 힙한 작업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소노아트, 갤러리인, 아터테인, 아터테인S, cmgg_collection, 플레이스막1, 플레이스막2, 무소속연구소×플레이스막3, 갤러리민트, 투라이프, 미학관 등 문턱 낮은 갤러리들이다. 보통 미술관 거리 하면 삼청동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 홍연길도 만만치 않다. 삼청동처럼 위용 있는 클래식 갤러리에 비해 매우 작고 소박하지만 그만큼 젊은 에너지와 패기가 넘친다. 오래된 건물의 구석 구석, 혹은 좁은 뒷골목 지하 등 의외의 장소에 자리했지만 그게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공간들이다. 어느 곳은 가정집 같고, 어느 곳은 카페 같기도 하다. 그만큼 문턱이 낮아 언제든 문을 쓰윽 열고 들어서도 부담이 없다. 사실 갤러리라는 백색 공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편치 않을 수 있다. 고가의 미술품, 해석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작품 앞에서 주눅이 좀 든다고 할까. 그러나 이 시대에 우리가 미술품을 대하는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심리적 장벽이 높았던 국내 미술 시장이 MZ세대에 의해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아티스트의 명성과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소장하는 경향이 있고, 여기에 자신만의 보물에 투자하는 플렉스 기질을 발동하기도 한다. 이게 트렌드다. 그런 의미에서 연희동 갤러리들은 트렌디함 그 자체다. 재능 넘치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수시로 소개하고, 부담 없이 지갑을 열기 좋은 수십만 원 대의 작품들도 선보인다. 더 매력적인 것은 갤러리와 갤러리 사이의 거리 풍경이다. 가는 길 곳곳에 감각 있고 트렌디한 카페가 숨어있다. 그뿐이 아니다. 그 길 중간에 수십 년 된 참기름집, 반찬집, 중화요리집 역시 자리해 있다.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 일층에 위치한 민트갤러리는 에너지를 돋게 한다. 규모는 작지만 그 내공 있는 큐레이션에 늘 감동하게 되는 곳.
‌갤러리 근방의 홍제천. 길고 긴 산책로는 이 계절의 백미다.
홍제천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골목 길을 걷다가 갤러리를 발견하면 그냥 옆집 마실 가듯 편안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길. 착한 작품가의 작품이 참 많으니, 미술품을 집으로 데려올 절호의 찬스다. 갤러리 산책하다 맛깔진 나물 반찬이랑 방앗간 참기름까지 양손 가득 들고 돌아 나오게 되는 재미있는 동네로 떠나보자. 시간이 더 있다면 단풍이 고운 홍제천 산책도 놓치지 말길!

함께 즐길 거리

▶경성참기름집

40여 년 동안 연희골목시장을 지켜온 수제 기름집이다. 저온 압착 방식으로 풍미를 자랑하는 들기름과 참기름은 한번 먹어 본 사람은 잊을 수 없는 맛이다. 1983년부터 이 동네를 즐기며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고마운 곳으로 골목 어귀에서 손님을 반기는 귀한 가게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홍연길 66 1층 운영 시간 11:00~19:00

▶성호각

연희동에서 한 주인이 30여 년을 한자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화요리집. 안산 입구에 있는데 짜장과 탕수육으로 유명하다. 메뉴 단출하고, 저렴하고, 깔끔하다. 최근 인테리어를 리뉴얼해서 공간도 감각적이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721-7 운영 시간 11:00~21:00

충남 온양

▶위대한 건축물과 민속 공예, 온양민속박물관

가을색으로 물든 온양민속미술관의 너른 정원과 아늑한 숲길.
가을이 되면 주말 당일치기 여행으로 욕심내지 않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온양이다. 심지어 서울에서 1호선 전철을 타고 한방에 온양온천역까지 도착할 수 있으니 누구나 쉽게 떠나기 좋다. 온양은 따스한 양지라는 뜻인데, 밖으로는 서해의 아산만이 지척이고 안으로는 평야가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온양하면 쉬이 온천만을 떠올리는데 알고 보면 온양은 속속들이 매력적인 도시다. 이번엔 ‘당일치기 아트 도시 온양’으로서의 매력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온양의 예술성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곳 ‘온양민속박물관’이다. 이곳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이름만 들으면 민속촌이나 국립박물관이 연상될 만큼 꽤 교과서적이지만, 사실 이곳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공예 아트 공간이다. 이타미 준의 건축물이 거룩하게 중심을 잡고, 신비롭게 이어지는 깊고 깊은 숲길과 그 안에 자리한 오래된 조각상들이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가을색으로 물든 온양민속미술관의 너른 정원과 아늑한 숲길, 정원 구석구석 고려, 조선시대 조각상들이 숨어 있다.
일단 온양역에 도착하면 슬슬 걸어서 ‘온양민속박물관’으로 향하자.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온양민속박물관은 한두 시간 돌아봐서는 그 진가를 알기 힘들다. 적어도 반나절, 혹은 하루를 온전히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방문해야 한다. 그만큼 박물관의 규모와 차림새는 우리를 여러차례 놀라게 한다. 요즘처럼 햇살 좋고 나뭇잎마저 색이 고운 이 계절엔 우선 넓은 정원을 거닐어 보자. 우리 고유의 태를 간직한 연못, 고목들로 채워진 뜰은 규모가 커서 작은 동산 여럿을 넘나드는 느낌이다. 여기에서 사계절의 자연풍경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 너와집, 비각, 정각처럼 우리 조상들이 지었던 건축물과 석조여래상 같은 고려, 조선 시대의 조각품들을 숲 중간중간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어우러짐이 세련되고 자연스럽다. 여유롭게 놓인 벤치와 의자는 늦가을 피크닉의 열망을 풀기 그만이다.
민속박물관 본관의 건축물은 단정하면서 힘이 있다. 그 안에 우리 민족의 의식주를 대변하는 공예, 미술품을 채워 놓았다.
이제 온양민속박물관의 메인 콘텐츠를 만나볼 시간이다. 이어지는 숲길을 오르다 보면 성실하게 빛나는 하나의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민속박물관 본관이다. 예술의전당을 설계한 건축가 김석철의 작품인 이곳은 그 자체로 거대한 보물 상자다. 옛 선조들의 서화, 의복, 그릇, 공예품 등 수천 점이 전시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것들은 그저 ‘아트’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하고 아름답다. 이 거대한 건물을 한 바퀴 돌고 내리막길을 돌아가면 단아한 붉은 벽돌 건물이 우뚝하다. 이곳이 그 유명한 이타미 준이 설계한 구정아트센터다. 내부로 들어서면 직선과 원형, 붉은 벽돌과 콘트리트, 천장을 받치고 선 목재 트러스, 높게 솟은 창문으로 스미는 빛의 음영이 거룩한 성당을 연상케 한다. 이 역시 거대한 하나의 조형 작품이라 여겨질 정도다. 카페와 특별 전시실로 운영이 되는 이 공간을 마주하면 숨을 고르고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데, 이로써 동적이면서도 지적이었던 온양민속박물관 여행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위치 충남 아산시 충무로 123 운영 시간 11:00~17:30

입장료 성인 5000원

함께 즐길 거리

▶온양온천전통시장

온양온천전통시장. 시장 안에 군것질거리가 넘친다. 특히 삼색 호떡은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
500여 개의 점포로 이루어진 상설 전통시장. 4일과 9일에 끝나는 오일장까지 열리는 전형적인 곳이다. 시장과 역 주변으로 노점이 늘어져 성시를 이루는 곳인데다 맛집이 숨어 있어 관광객들의 성지가 되었다. 삼색 호떡집의 별미 호떡은 반드시 맛볼 것. 온양온천역 근방이라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위치 충남 아산시 시장남길 9-5, 운영 시간 각 점포마다 상이

▶웜사이트

‌베이커리 카페 웜사이트.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있는 명소다. 앉아있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온양의 평화로운 풍경에 빠지지 않는 것이 내륙에 위치한 신정호수. 둥그렇고 평화로운 이 호숫가에 자리한 베이커리 카페가 바로 웜사이트다. 신정호 전원주택 단지에 있어 고즈넉하고, 야트막한 산과 논밭 뷰로 마음이 넉넉해진다. 갓 구운 빵, 다채로운 음료 메뉴도 이곳이 사랑받는 이유.

-위치 충남 아산시 신창면 신정호길 262-8, 운영 시간 10:00~22:00

[글 우주엔(여행작가) 사진 우주엔, 온양민속박물관, 아르떼 뮤지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04호 (21.11.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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