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시 민관협치 위기, 기회로 삼아야

2021. 11. 1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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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청장들이 얼마 전 서울시의 주민자치 예산 삭감이 자치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결정이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민관협치 예산 삭감이 민주주의 후퇴라는 주장을 하기 전에 그동안 주민참여, 주민자치라는 이름으로 진행돼온 참여민주주의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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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경기대 교수(도시행정학 박사)


서울시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청장들이 얼마 전 서울시의 주민자치 예산 삭감이 자치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결정이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시민 참여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가로막는 행위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전체 시민단체가 아닌 특혜성 지원을 받은 특정 민간위탁금 수탁단체, 민간보조금 수령단체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해 논란과 갈등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선거로 선출된 자가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물론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대의와 참여의 가치가 모두 존중돼야 한다. 지난 30여년간 시민사회가 공동체 활성화 등 참여민주주의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초기 시민사회가 권력의 반대편에서 약자를 위해 견제의 날을 세우며 민주주의의 성숙을 이끌었듯이 참여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세금을 합목적적으로 편성·집행하는 것은 행정부 권한이다. 그리고 그 권한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의 목적과 기능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민관협치 예산 삭감이 민주주의 후퇴라는 주장을 하기 전에 그동안 주민참여, 주민자치라는 이름으로 진행돼온 참여민주주의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는 주민자치를 위해 정책·재정적 투자를 해왔지만, 문제는 시민의 체감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2020년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가 실시한 시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동네와 이웃을 신뢰하는 정도인 공동체성은 2017년 59.5%에서 2020년 38.9%로 하락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협동조합 실태조사를 보면 2016년 말 기준 1만615개 협동조합이 신고·인가를 받았지만, 그중 폐업·사업 중단을 이유로 운영되지 않는 협동조합이 4447개로 절반 가까이 된다. 이는 도시의 공동체성 회복을 목표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펼쳤지만, 그 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기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년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민간위탁·민간보조금 사업에 대해 지적한 사항이 수십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일부 위탁사업과 보조금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된 데 대해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주민자치의 주체는 주민이다. 그러나 공익성, 도덕성, 투명성, 효율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주민자치는 주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언젠가 한번 겪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민의 혈세가 어떻게 쓰였고, 어떤 실효성이 있었는지 심각하게 논의해 볼 기회다.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구호와 명분에 머물지 않고, 이번 갈등을 발판으로 민주주의의 성숙을 이뤄나가는 데 지혜를 모을 때다.

강현철 경기대 교수(도시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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