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힙합 열풍' 뮤지션 장영규의 출발점은 무용음악

장지영 2021. 11. 1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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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로 세계적 인기 모은
밴드 이날치의 리더 겸 프로듀서
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등
음악 작업한 연극·무용 3편 무대에
장영규가 지난 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잠시 포즈를 취했다. 윤성호 기자


장영규는 문자 그대로 ‘전방위 뮤지션’이다. 한국 인디밴드 1세대를 대표하는 어어부 프로젝트의 베이시스트인 그는 대중음악 국악 영화 드라마 연극 무용 등을 넘나들며 작곡가 음악감독 프로듀서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범 내려온다’로 조선힙합 열풍을 일으킨 밴드 이날치의 프로듀서 겸 리더로서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영화음악가로서 100편 이상을 작업했다. 그런 그가 놓지 않는 게 무용 및 연극 음악으로, 연간 여러 편을 작업한다. 이달에만 국립극단의 ‘더 나은 숲’(10월 29일~11월 21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국립무용단의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11월 11~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인천시립극단의 ‘갈매기’(11월 27일~12월 5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등 3편이 잇따라 관객과 만난다.

장영규가 음악을 맡은 국립무용단의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에서 지난 8일 만난 장영규는 “연극과 무용 작품에서 음악을 떼어내 이야기할 수 없다. 음악이 중요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며 “연출가나 안무가가 작품 속에서 할 수 없는 지점을 음악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용과 연극 음악 작업에 대한 장영규의 애정은 음악감독 및 작곡가로서 출발점이 무대였던 것과도 관련 있다. 1992년 안무가 안은미와 처음 작업한 ‘아리랄 알라리요’를 계기로 그는 뮤지션의 길을 선택했다.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밴드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대학을 졸업했죠. 취업을 고민할 때 사촌 누나의 친구였던 안은미씨가 공연에 쓸 음악을 주문했어요. 이후 가수들의 공연 세션을 맡거나 밴드를 하면서 음악을 직업으로 갖게 됐습니다.”

장영규는 홍익대 미대를 다니던 사촌 누나를 통해 영화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예술가나 지망생들과 어울렸다. 이 그룹엔 먼 훗날 각자의 분야에서 거장이 되는 인물들이 즐비했다. 안은미를 비롯해 설치미술 작가 최정화와 이불, 영화감독 이재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 모임이 확장되며 장영규는 ‘어어부 밴드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백현진과 원일도 만났다.

“젊은 시절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예술에 대한 눈이 뜨였다고 생각해요. 이런 만남이 결과적으로 제 음악의 외연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음악을 담당한 무용 작품은 60~70편인데 독일 출신의 거장 피나 바우쉬의 작품도 포함돼 있다. 1998년 김종연 연출 ‘머리통 상해사건’으로 연극 음악에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50~60편의 연극 작업도 했다. 연출가 강량원 박정희 이성열 양정웅 등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는 파트너들이다.

“연극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극장에서 육성으로 대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음악 사용에 제한이 많아요. 대사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음악이 개입되지 않으니까요. 이에 비해 신체를 활용하면서 대사가 없는 무용은 음악의 역할이 훨씬 크죠.”

그는 2015년 국립무용단의 ‘완월’에 음악 감독은 물론 연출로도 참여했는데, 무용 동작의 연출까지 관여했다. 그는 “음악 작업을 할 때처럼 원형의 동작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듯 만들어봤다”고 설명했다.

국립무용단에서 손인영 감독 안무로 선보이는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샤먼을 중심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인간이 마주하는 소명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내림굿에 빗대 춤으로 표현했다. 음악을 맡은 그는 연출까지 제안받았지만 고사했다. 대신 독특한 비주얼로 호평받은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등 다양한 영상매체에서 미술감독으로 활동해온 윤재원을 추천했다.

장영규는 이달 3편의 공연 외에 1편의 전시에도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2021 타이틀매치-교대’(10월 13일~11월 21일)다. 북서울미술관은 2014년부터 ‘타이틀 매치’라는 제목으로 작가 두 명이 참여하는 전시를 열고 있는데, 올해는 미디어 아티스트 임민욱과 뮤지션 장영규를 초대했다. 장영규는 2010년대 들어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등의 형태로 종종 전시회에 초청되고 있다.

그는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전시라 규모가 커서 부담스러웠지만 ‘전통과 배움’이라는 의제여서 참여했다. 오랫동안 전통음악을 공부하고 작업하면서 고민해온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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