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건설 호황 속 '나 홀로 부진'..주택 분양 급감에 3분기 영업익 '반 토막'

김경민 2021. 11. 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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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실적이 악화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택 경기 호조로 주요 건설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낸 것과 대비된다. 실적 부진에 광주 건물 붕괴 참사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실적이 악화되는 데다 광주 건물 붕괴 사고 등 잇따른 악재에 휘말리면서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와 정몽규 HDC그룹 회장. <매경DB>
▶HDC현산 실적 악화

▷3분기 영업익 664억원 ‘어닝쇼크’

HDC현산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가량 줄어든 664억원에 그쳤다고 공시했다.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 118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어닝쇼크’다. 3분기 매출은 1년 새 5.8% 늘어난 8594억원을 기록했지만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HDC현산은 앞서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냈다. 2분기 매출은 8124억원, 영업이익 10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15.1%, 28.8%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도 788억원에 그쳐 1년 새 22% 줄었다. 경쟁사들이 줄줄이 실적 호조에 함박웃음을 짓는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현대건설은 3분기 영업이익(220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57.6% 늘어났고 대우건설, DL이앤씨 등도 줄줄이 영업이익이 상승세를 보였다.

HDC현산 실적이 부진한 것은 최근 몇 년 새 신규 주택 공급이 감소해 주택 경기 호황 효과를 누리지 못한 영향이 크다. 보통 주택 분양 후 1년 6개월 이후부터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9년 당시 HDC현산의 전국 주택 분양 물량은 6392가구로 2018년(1만2220가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분양 물량이 급감하는 모양새다. HDC현산의 누적 분양 물량은 7344가구(10월 말 기준)로 연간 목표치(1만4244가구) 대비 한참 못 미친다. 올해 분양 물량은 1만가구 수준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들이 연간 2만~3만가구 아파트 분양 물량을 쏟아내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물량이 많지 않다. HDC현산 매출 중 국내 주택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만큼 신규 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C현산 실적이 부진한 것은 2019년 이후 주택 분양 물량이 급감한 데다 자체 주택, 건축 현장에서 하자 소송 충당금을 설정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현대차증권은 HDC현산의 4분기 매출이 8228억원, 영업이익 100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여파로 HDC현산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지난 7월 초까지만 해도 3만2000원을 넘어섰지만 10월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더니 최근 2만5000원으로 떨어졌다(11월 3일 종가 2만5550원). 케이프투자증권은 HDC현산 목표주가를 기존 4만2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3만5000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 HDC현산 측은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올해 재건축, 재개발 사업 수주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HDC현산은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 78% 득표로 시공사로 선정됐다. 상계1구역 재개발 사업은 지하 5층~지상 25층, 1388가구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2930억원 규모다. 이 밖에도 서울 강북구 미아4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대구 범어목련 재건축, 의왕 부곡다구역 재건축, 인천 갈산1구역 재개발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했다.

이뿐 아니다. HDC현산은 서울 용산철도병원과 광운대 역세권, 공릉 역세권 등 굵직한 복합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용산철도병원 부지 개발 사업은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1만948㎡ 부지에 지하 6층~지상 최고 34층, 685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사업. 연말 착공이 목표다. 부지 내 용산철도병원 본관은 용산역사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해 문화유산으로 만들 예정이다. 공릉 역세권 개발 사업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하철 7호선 공릉역 인근에 주택 400여가구와 함께 문화, 스포츠, 창업 등의 콘텐츠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HDC현산의 3분기 누적 신규 수주는 5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배 증가했다. 본업인 주택 사업에서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HDC현산 실적이 부진했는데 내년 1분기를 바닥으로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김승준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 의견도 눈길을 끈다.

▶광주 건물 붕괴 사고 악재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 악화 우려

그럼에도 HDC현산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건물 붕괴 사고로 회사 이미지가 악화된 데다 호남고속철도 부실 공사 논란까지 휘말리면서 향후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적잖다.

지난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17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학동 재개발지구 시공사인 HDC현산의 안전 조치 미흡으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경찰 수사 결과 해체계획서를 따르지 않은 철거로 건물 구조가 불안해졌고, 비용 절감에 방점을 둔 공사 방식을 버티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결론 났다. HDC현산 현장소장 등 직원 3명은 현장 관리,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해 붕괴 사고를 유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권순호 HDC현산 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미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 부상당한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찰 수사 결과 광주의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불법 철거, 재하도급 등 비슷한 일이 반복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최근 불법 철거와 재하도급 혐의(건축물 관리법 위반 혐의 등)로 HDC현산과 A철거업체 등 법인 2곳과 현장소장 2명을 각각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5월 광주 북구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철거 현장에서 ‘밑동 파기식’으로 하층부터 부숴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철거를 진행한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았다. 불법 철거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영상을 증거로 확보한 경찰은 감리자가 이를 적발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음에도 재차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여파로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되면서 향후 주택 수주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뿐 아니다. 최근에는 호남고속철도 부실 공사 논란까지 휘말렸다. 호남고속철도 1단계(오송~광주 송정) 개통 이후 콘크리트 궤도로 건설된 구간(55.6㎞)에서 허용 침하량(30㎜) 이상 침하가 발생해 현재 하자보수가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호남고속철도 1단계 부실 시공을 한 HDC현산에 벌점을 부과하도록 국가철도공단 측에 통보했다. 조사 결과 공사시방서의 시공 조건과 달리 성토 노반 시공 시 불량한 재료를 사용했고, 다지기도 소홀히 해 호남고속철도 개통 전부터 허용 기준 이상의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랫동안 건설 명가 위상을 다져온 HDC현산이 잇따른 악재에 시달리면서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정몽규 회장이 나서서 신뢰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실적 회복뿐 아니라 이미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싶다.” 건설업계 관계자 귀띔이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3호 (2021.11.10~2021.1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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